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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22년 삼성맨' 권오준의 아름다운 퇴장 그리고 진심[직격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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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삼성 불펜 권오준이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아직 실감은 안나네요. 은퇴식 때 눈물이 날지 모르겠어요.”

29일 은퇴 소식을 전한 뒤 연락이 닿은 권오준(삼성)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은퇴 결심을 내리고 구단과 논의 끝에 30일 삼성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은퇴경기와 은퇴식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22년차 베테랑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터라 실감이 나지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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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삼성라이온즈


영원히 삼성 마운드를 지킬 것 같던 권오준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삼성은 29일 “2020시즌 마지막 홈경기인 30일 NC전에서 권오준은 야구인생의 마지막 실전 등판을 할 예정이다. 경기 전과 후에는 ‘4EVERLION5’를 테마로 한 은퇴식 관련 행사도 펼쳐진다”고 공식 발표했다. NC전에 앞서 권오준의 ‘마지막 출근길’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상영되며, 양 팀 선수단 대표의 꽃다발 증정도 있을 예정이다. 시구와 시타는 아들 권혁준 군과 권도형 군이 하며, 권오준이 공을 받는다. 경기를 마친 후 선수 헌정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고, 선수단과 구단에서 준비한 선물이 각각 전달된다. 이후 권오준의 고별사가 이어지고 마운드 작별 세리머니를 펼친 뒤 유니폼 반납이 이뤄진다.

권오준의 은퇴 소식은 갑작스러웠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 있는 건 맞지만, 올해초까지만 하더라도 현역 연장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권오준은 “솔직히 마지막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했다. 오랜시간 고민한 끝에 은퇴를 결심한 건 아니다. 시즌 중에 ‘지금 몸상태로 선수생활을 유지하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심을 내리고 구단에 바로 말씀드렸다”며 은퇴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22년 동안 삼성에서만 뛴 권오준은 삼성의 희로애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권오준의 전성기는 삼성이 왕조시절을 구가할 때다. 당시 권혁, 안지만, 오승환 등과 철별 불펜을 이뤄 삼성 왕조를 구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권오준은 “주변에서 왕조시절 투수들의 끈끈한 모습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저 역시도 그때가 가장 좋았고 그립다”면서도 “최근 팀 성적이 좋지 않지만 우리팀에 전도유망한 어린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왕조 시절 위용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 친구들이 성장할 때까지 마운드에서 버텨주면서 같이 갈 수 있는 그림을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해 아쉽다. (오)승환이가 그 역할을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희망을 노래했다.

22년의 세월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일까. 권오준은 “너무 어렵다”면서 한참 고민했다. 이윽고 “2003년 6월 데뷔 첫 경기, 2004년 두산과 플레이오프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몇년만에 세이브를 올렸던 KIA전도 생각난다”고 잠시 감상에 젖었다. 이어 “마지막 경기도 기억에 남지 않을까”라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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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004 두산-삼성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차지한 삼성 야구선수 권오준이 8회 삼진으로 타자를 처리한후 환호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수차례 수술을 받으면서도 재활에 성공한 권오준은 ‘재기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선수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권오준은 “재활이라는 건 선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자기와 싸움은 지루하고 힘들다. 재활하는 동안 하루하루 매일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건 쉽지 않다. 너무 달리지만 말고 쉬었다하는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다”면서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권오준의 진심은 삼성 후배들에게로 이어졌다. 권오준은 “나는 너무 많이 다쳤기때문에 안닮았으면 좋겠다”면서 “삼성라이온즈라는 가슴에 새겨진 자부심을 항상 갖고 마운드에 섰을 때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는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섰으면 좋겠다.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후배들이 열심히 한다. 앞으로도 지금같은 마음으로 차근차근 한다면 분명히 좋은 보습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권오준은 삼성과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22년 간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은퇴 후에도 야구계에 있으면서 도움이 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그게 삼성이었으면 좋겠다. 어릴때 저에게 기회를 준 팀이 삼성이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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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오랜시간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권오준은 “항상 경기장에서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응원해준 것에 감사하다. 기다려주신만큼 좋은 모습 보여줘야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스럽다. 최근 몇년 동안 팬분들이 성적이 좋았을 때보다 더 많이 응원해주시는데 항상 가을에 시즌을 먼저 끝내게 됐다. 몇년 동안 의도치않게 거짓말쟁이가 됐다. 가을야구 진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 저야 은퇴하지만 삼성 팬분들의 마음은 늘 같을테니 우리 선수들이 힘내서 싸울수 있게 더 많은 응원, 관심, 사랑 부탁드린다. 선수들은 항상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자기자신과 싸우고 노력하고 있다. 성적 안좋다고 너무 낙심하지 마시고 꾸준한 응원부탁드린다”면서 죄송함과 감사함, 그리고 꾸준한 응원을 당부하며 끝인사를 전했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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