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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럽 쌍두마차’ 코로나19 재봉쇄령에… 커지는 ‘더블딥’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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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2월 1일까지 전역 봉쇄령… “위험 직면해 있다”

메르켈, 11월 2일부터 4주간 독일 전역 부분 봉쇄 합의

세계 경제 '더블딥' 현실화 공포에 주요국 증시 모두 폭락

세계일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베를린의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부분 봉쇄 조처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 후 마스크를 벗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2의 물결이 유럽을 강타하면서 프랑스가 전국 봉쇄, 독일이 부분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봉쇄령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경제 타격 우려가 크지만 당장은 확산 속도 억제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의 재봉쇄 소식에 세계 주요 경제지표는 휘청거렸다.

28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지난 1차 유행보다 더 힘들고 치명적일 수 있는 2차 유행에 압도당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30일 0시부터 적어도 12월1일까지 프랑스 전역에 봉쇄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봄에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은 일을 하러 가거나 병원에 갈 때, 필수품 구매나 집 근처 산책 목적으로만 외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봉쇄 기간 외출을 하려면 서류를 작성해야 하며, 사교 모임은 할 수 없다. 식당과 주점 등 비필수 업종의 영업도 금지된다.

프랑스 상당수 지역에서는 2주 전부터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 중이지만, 전날에만 약 3만6000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지난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병원 중환자실의 절반이 코로나19 환자들로 채워져 있다”며 “프랑스가 전염병 확산에 허우적대지 않으려면 이제 거칠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개 주 총리들과 11월2일부터 전역에 4주간 부분 봉쇄를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학교와 유치원은 계속 문을 열지만, 술집과 공연장, 영화관, 타투·마사지 업소 등은 폐쇄된다. 식당은 포장 판매만 할 수 있다. 여행은 금지되며 프로축구 경기는 다시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독일은 유럽 다른 나라보다 감염률이 낮은 편이지만, 이날 신규 확진자 수가 2만3000여명에 달하는 등 최근 증가세가 가파르다. 메르켈 총리는 “이런 추세라면 우리는 몇주 안에 보건 체계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국가적 보건 위기를 막으려면 우리는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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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야간통행 금지령을 시행한 첫날인 28일(현지시간) 수도 프라하에 있는 도심의 다리가 인적과 차량이 끊긴 채 텅 비어 있다. 프라하=AP연합뉴스


유럽 주요국은 그간 재봉쇄를 피하려 안간힘을 썼으나 서서히 한계를 느끼고 있다. 포르투갈은 30일∼11월3일 연휴 기간 이동제한령을, 체코는 28일부터 전국 통금령을 내렸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은 제2 물결이 1차 때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재봉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다만 지난 봄과 달리 이번에는 학교와 사업장 폐쇄는 피하는 분위기다. 프랑스는 학교, 공장, 농장, 건설 현장, 공공 서비스는 계속 열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재택근무를 하라면서 “경제는 멈추거나 붕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봉쇄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에 지난해 11월 매출액의 75% 수준까지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각종 코로나19 규제에 대한 반발 여론도 고민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봉쇄령 하에) 하루가 끝나지 않는 듯한 느낌과 권태감을 잘 알지만, 지금은 단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그 자체와 코로나19 피로감, 2개의 적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세계 경제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하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공포에 주요국 증시와 국제 유가, 금값 등은 모두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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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43.24포인트(3.43%) 급락한 2만6519.95에 장을 마감해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3.53%와 3.73% 하락했다. 현재 추세라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국 런던 FTSE100 지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30 지수도 각각 2.6%, 4.2% 내려갔다.

국제 유가와 금값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5%(2.18달러) 떨어진 37.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최저가다. 원유 수요 위축이 데이터로 확인되자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43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그만큼 수요가 급감했다는 의미다.

금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1.7%(32.70달러) 하락한 1879.2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에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금값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저성장, 저물가, 고부채 등 일본 경제가 보여온 ‘좀비’의 특징이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선진국에서도 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계에서 좀비는 스스로 벌어서 대출 이자조차 갚을 수 없는 기업을 지칭하는 용어다.

유태영·정지혜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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