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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정치인 배우자 고위직 발탁이 ‘연좌제 혁파’라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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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본부장이 정태옥 前 의원 부인이란 점 들어

“승패 상관없이 문 대통령이 연좌제를 깬 것” 호평

야권에선 “야당 활동이 범죄냐…‘탕평’ 정도가 적절”

세계일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정태옥 전 국민의힘 의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권 인사가 전 야당 국회의원 부인이 현 정부에서 고위직에 발탁된 것을 두고 ‘연좌제를 깬 것’이란 식으로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좌제는 기본적으로 ‘범죄’와 관련된 개념인데 여당이 아니고 야당에 속해 있다는 게 무슨 범죄는 아니잖은가 하는 이유에서다. 야권에선 그냥 ‘탕평의 실천’ 정도로 표현했으면 될 것을 너무 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을 위해 전날(28일)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을 하기 전 박병석 국회의장,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등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화제로 떠올랐다.

김 총장은 유 본부장의 남편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정태옥 전 의원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승패에 상관없이 문 대통령이 연좌제를 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라며 ‘인사를 할 때 남편이나 부인이 누구인지 고려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자가 야당 정치인이더라도 본인이 우수한 능력을 지녔으면 고위직에 발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오간 대화였으나 하필 연좌제란 표현을 쓴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연좌제의 사전적 의미는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하는 제도’다. 과거 왕조시대에 반역죄 등을 저지르면 ‘3족을 멸한다’고 해서 본인은 물론 그 가족과 친척 등까지 모조리 사형에 처했던 섬뜩한 광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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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맨 왼쪽)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을 하기 전 박병석 국회의장(왼쪽 2번째) 등과 함께 환담을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광복 이후에도 분단이란 특수 상황 속에서 월북자의 후손이 공무원 취업 등에 제한을 받는 등 연좌제와 비슷한 불이익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13조 3항에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신설, 연좌제를 완전히 금지했다.

이미 법적으로 폐기된데다 기본적으로 범죄와 관련된 개념인 연좌제를 하필 야당 정치인의 배우자에 관한 언급을 할 때 거론한 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야권에서 제기된다. 보수 야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에서 정치를 하는 게 무슨 범죄 행위는 아니지 않은가”라며 “출신보다 능력을 우선시한 공정한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려면 그냥 조선 영·정조 시대를 예로 들어 ‘탕평’ 정도 표현을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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