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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TF이슈] 文이 만든 '당헌'도 뒤집는 민주당식 내로남불…주호영 "천벌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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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19차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전 당원 투표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추천의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의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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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배출 위한 절차 돌입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정당의 기본 방침인 '당헌'을 바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를 배출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고 밝혔다. 해당 당헌은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당 대표 시절 만들었는데, 이낙연 대표가 이를 뒤집기로 결단한 것이다. 당장 야당 쪽에선 "그럴 줄 알았다", "천벌이 있을 것" 등 거세 빈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전에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추천의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성도 높은 당원을 대상으로 대표가 당헌 변경 의사를 밝히고 묻는 투표가 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내로남불 논란을 사실상 답이 정해진 전 당원 투표로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남이 하면 'NO' 우리는 'YES'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만든 이 규정대로라면 성추문으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자진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문에 열리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낼 수 없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들었다. 그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당안의 그런 규정을 도입한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건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고 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문 대통령이 5년 전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잘못된 당헌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해당 당헌을 만든 해 고성군수 보궐선거 현장에서 "재보선 원인제공 정당(새누리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사안 외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 당·청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불리하면 당 대표가 했던 말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민주당식 내로남불이 또다시 나온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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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으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왼쪽)과 자진 사퇴한 오건돈 전 부산시장의 빈 자리는 내년 4월 보궐선거로 채워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대표 시절 만든 당헌에 따르면 민주당은 해당 지역에 후보자를 낼 수 없지만, 전 당원 투표라는 형식을 빌려 당헌을 바꿔 후보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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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주당은 4·15 총선 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막상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을 만들자 말을 바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이때도 말을 바꾸기 위한 명분은 전 당원 투표였고, 당연히 가결됐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기 위한 당헌 개정을 위한 전 당원 투표는 31일 오전 10시부터 11월 1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이후 당무위, 중앙위를 거쳐 다음 주쯤 당헌 개정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집권여당 책임정치 '절연'"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 당원 투표 결론은 뻔하다. 민주당이 그렇게 할 줄 알았다"면서도 "온갖 비양심적인 일은 다 한다.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깨버렸을 때처럼, 이번에도 '비난은 잠시'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러려고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과 관련된 국정감사 증인채택 요구를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그토록 묵살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민주당에 당헌당규쯤은 무시해도 별것 아닌 모양일지 몰라도, 이 대표가 오늘 이야기한 '공당의 도리'는 다름 아닌 '책임'이고, '염치'이며, '진심'이다. 만약 국민과 한 약속을 어기고 끝까지 공천을 강행한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당헌 개정 당원 투표는 결국 재보선 공천 강행의 알리바이용 투표로 집권여당의 책임정치 '절연'"이라며 "각 정당의 당헌당규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다.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정 수석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은 오늘의 결정으로 집권여당의 통 큰 책임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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