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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불공정시대’…9억 시세 같은데 강서구 7.2억, 은평 2.7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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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잣대’에 현실화율 제각각

2005년 첫 산정부터 부실 누적

9억 미만 단독주택은 더 심각

균형 맞춰 현실화 땐 세금 급증



재산세는 190만원, 50만원



지난해 말 시세가 똑같이 9억원인 서울 강서구와 은평구의 두 단독주택. 그러나 지난 1월 1일 기준으로 발표된 공시가격은 7억2000만원과 2억7000만원으로 2배가량 차이 났다. 재산세는 190만원과 50만원으로 차이가 2.8배에 달했다. 재산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 차이가 큰 데다 적용세율(각각 0.4%와 0.15%)도 달라 세금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금까지 가려져 있던 ‘고무줄’ 공시가격의 민낯이다. 이처럼 공시가격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시세반영률)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세인데도 천차만별인 공시가격은 결국 과세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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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미만 단독주택 공시가 현실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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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집값·땅값 현실화 논란의 핵심은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이었다. 역대 정부는 현실화율을 높여 공시가격을 시세에 근접하게 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 27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공청회의 주 논의 대상도 이것이었다.

그런데 공청회에선 더 어려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시세가 같은 부동산의 공시가격 ‘균형성’이다. 시세가 6억원인데 어떤 집은 공시가격이 1억80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30%이고, 다른 집은 공시가격 4억5000만원, 현실화율 75% 식인 것이 실상이다.

이런 ‘집마다 제각각 현실화율’은 9억원 미만 중저가 주택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의 경우 현실화율 평균치에서 1% 오차 범위에 드는 주택 비율이 30억원 이상은 88.1%인데, 6억~9억원은 27.5%에 불과하다. 30억원 이상 아파트 10가구 중 9가구는 공시가격이 비슷한 데 비해 6억~9억원에선 평균과 비슷한 집이 10가구 중 3가구에 그친다는 의미다. 일례로 시세 8억원 아파트 공시가격이 강남구에선 6억원(현실화율 75%)이고 노원구에선 3억6000만원(45%)다.

단독주택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9억원 미만의 단독주택 가운데 현실화율 평균치의 오차범위 5% 이내에 드는 비율이 52~55%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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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공시가 현실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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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성은 정확성·적정성·투명성과 함께 공시가격 산정의 기본방침이다. 균형성이 깨진 것은 애초 공시가격 산정이 주먹구구식이었던 데다 이런 부실이 바로잡히지 않고 15년이나 누적돼온 탓이다.

2005년 첫 주택 공시가격 산정 당시는 실거래가 자료 공개 전이었다. 실거래가가 공개된 뒤에도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집값이 제각각인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2017년까지 전년도 공시가격에 집값 상승률 등을 적용해 당해년도 공시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을 썼다. 초기 부실 공시가격이 수정되지 않은 채 오류가 이어진 것이다. 또 감정평가사가 지역별로 산정하다 보니 같은 금액대의 지역·주택 간 균형을 맞추기 어려웠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공시가격 상승을 반대하기도 했다.

공청회에서 국토연구원은 9억원 미만의 균형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같은 시세인데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집은 높이고, 높은 집은 공시가격을 낮추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주로 사는 중저가 주택의 재산세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현실화율이 30%에서 55%로 올라갈 경우 시세 9억원 주택 공시가격은 2억7000만원에서 4억9500만원으로 올라간다. 재산세는 50만원에서 109만원으로 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같은 금액대의 다양한 현실화율 편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며 “그동안 잘못된 공시가격 산정의 후유증으로 초래되는 서민들의 세 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균형성 제고는 신중하고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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