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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미국 3분기 성장률 33.1% 반등, 민간소비 회복 덕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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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31.4% 비해 V자 그렸지만

시장선 “전 분기 폭락에 따른 착시”

코로나 재확산 움직임 변수로 작용

선거 코앞 발표, 표심에 영향 관심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33.1%(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를 기록했다. 분기 성장률로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73년 만에 가장 높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평균 전망치(32%)보다도 1.1%포인트 높았다.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지난 2분기 성장률(-31.4%)의 충격을 털어낸 ‘V자 반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기업과 가계의 소비 활동이 재개된 영향이다.

중앙일보

‘V자 반등’에 성공한 미국 경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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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를 견인한 것은 소비지출이다. 3분기 소비지출은 40.7%(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 늘었다. 블룸버그통신 등의 전망치(39.2%)를 웃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외부 활동이 줄면서 차량·가구·스포츠용품과 온라인 쇼핑을 통한 식료품 구매 등이 많이 증가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마이클 카펜 경제분석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3분기 소비지출) 급등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지출 구성의 변화”라고 말했다. 소비지출은 연간 20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소비지출의 동향이 경제성장률의 향방을 좌우한다.

미국 정부의 ‘보이는 손’도 소비지출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연소득 7만5000달러 미만의 개인에게 1인당 1200달러의 지원금을 줬다. 여기에만 수조 달러를 썼다.

향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은 기업 투자다. 3분기 기업의 고정투자는 28.5% 늘어났다. 2분기에 큰 폭으로 감소(-29.2%)했다가 3개월 만에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만큼 미국 기업이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담담하다. 겉으로 드러난 성장률 수치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3분기 성장률의 극적인 반등은 2분기의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평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미국의 경제 활동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의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GDP가) 30% 감소한 뒤 30% 증가하더라도 원래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올해 전체로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1920년대 후반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경제 앞에 펼쳐진 길은 여전히 울퉁불퉁하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7.9%였다. 11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상태다. 가계의 소비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 정부와 의회가 추가 부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기는 추락할 수 있다. 하지만 의회에서 경기 부양책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도 문제다. 지난 22일 이후 미국에서는 매일 7만 명이 넘는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 급증을 막기 위한 경제 봉쇄 조치 등을 취하면 4분기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 카펜은 “2022년 1분기까지는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성장률의 반등이 다음 달 3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새 카드가 생겼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웨이 미 코넬대 교수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3분기 성장률은 놀랍지만 선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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