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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TF초점] 관례 깬 '유명희 WTO 사무총장 꿈'…기댈 건 미국 대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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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유럽에서 막판 표심 다지기를 위해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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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견제 위해 유명희 지지…유명희 선택에 쏠린 눈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28일(현지시간) 차기 사무총장에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또다른 최종 후보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유럽연합(EU), 아프리카 국가들, 중국, 일본까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이날 WTO 일반이사회 선호도 조사에서 유 본부장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163개 회원국 중 104표를 얻고 유 본부장은 60표를 얻어 열세라는 보도도 나왔다.

WTO 사무총장 선출은 기본적으로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다음 달 9일 예정된 WTO 총회에서 회원국 전원 합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선호도 조사'를 통해 후보 추대의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전직 7명 사무총장 모두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고 추대된 바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가장 입김이 센 미국이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변수가 생겼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선호도 조사 직후 유 본부장을 공식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다. 미국의 유 본부장 지지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확장하는 등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초기부터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당선을 위해 로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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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세계은행에서 일하면서 친무역·국제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성향도 정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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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세계은행에서 일하면서 친무역·국제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성향도 정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차기 사무총장에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로 기울어 가는 분위기지만 미국이 지지 표명을 하는 바람에 유 본부장에게도 가능성이 생겼다. 유 본부장이 결단하면 관례와 달리 마지막 반전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유 본부장이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호도 조사에서 우세한 후보를 추대해온 관례를 무시하고 표결을 강행한다면 25년 WTO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 된다. 이렇게 된다면 컨센서스를 기반으로 한 WTO 체제가 손상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와 유 후보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두 후보 간 표 차도 커 사퇴하는 게 관례적으로 맞지만, 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미국 입장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청와대도 "아직 특별이사회 등 공식 절차가 남았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9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호도 조사 결과가 곧 결론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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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보다 친무역 성향이자 국제질서 순응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캠페인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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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변수도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WTO 사무총장 선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WTO 탈퇴를 계속해서 언급해왔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보다 친무역 성향이자 국제질서 순응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바이든이 (대선에서) 이겨서 미국이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면 상황은 굉장히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트럼프) 때문에 WTO 다자주의 위기가 발생한 동시에 WTO의 신뢰와 새로 방향을 찾아 나가는데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를 지적하면서 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둘러싼 교착상태가 수개월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달 9일로 예정된 WTO 총회에서 전원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편 외교부는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유 본부장 거취에 대한 질문에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 정부는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WTO 사무총장 전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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