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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로나 대선'서 트럼프가 띄운 승부수…"언제까지 이렇게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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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유세 현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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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삶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완전히 정상적인 삶이"

28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불헤드시티 유세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직접 겪어보니 별것 아니었고, 확산 상황도 곧 극복될 테니 너무 두려워 말라는 얘기다.

실제 그의 유세장에는 거리 두기가 무시되는 것은 물론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에는 '가짜 뉴스'라는 한마디로 반박한다. 코로나19 이슈를 피하는 대신 아예 정면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주류 언론들은 코로나19 재확산을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악재로 거론한다. 실제 코로나19 감염이 집중된 '러스트 벨트' 경합주에선 경쟁자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 대응에 나서면서 지지층 결집, 그리고 경쟁자 바이든과의 차별화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보다 봉쇄와 실직이 두려운 이들에게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겠느냐"는 메시지가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이런 승부수가 전체적인 득표에 득이 될지, 또는 실이 될지가 막판 선거전의 변수라는 지적이다.



북부는 격차 벌어지고, 남부선 맹추격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우선 주목되는 지역은 북부 러스트 벨트의 경합주들이다. 막판에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던 4년 전과 달리, 현재 이 지역에선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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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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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격차가 9%포인트(10월 23~27일, 입소스)까지 벌어졌다. 펜실베이니아주도 바이든 후보가 5%포인트 앞섰는데, 지난주(4%포인트)보다 격차가 커졌다. 위스콘신의 경우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에 야전병원까지 열었고, 사망자도 미국 전체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노 마스크 유세'는 '무책임한 슈퍼 전파자', '방역에 실패한 지도자'라는 부정적 인상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전 세계 각국에서 지도자를 평가할 때 '코로나 대응'이 가장 중요한 지표로 쓰이고 있다"면서 "코로나 확산 상황과 지도자의 지지율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대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남부 '선 벨트'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추격전이 벌어지며 '초접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1%포인트 차이), 플로리다(4%포인트 차이), 애리조나(3%포인트 차이)다. 오차범위(±4%포인트) 내 접전이다, 로이터는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통계학적으로 동률이라고 설명했다. 28일 각종 여론 조사 평균치를 집계하는 RCP 통계에서는 트럼프 지지율이 처음으로 바이든보다 앞선 경합주(플로리다, 0.4%포인트)도 나왔다.

트럼프의 '노 마스크' 유세, 경제 강조가 코로나19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곳에서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제임스 김 선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코로나에 울고 웃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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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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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전국 지지율은 미국의 코로나 상황에 영향을 받아왔다.

여러 기관의 지지율 조사를 종합해 평균 수치를 내는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 자료에 따르면, 임기 초를 제외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미국에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3월 말~4월 초였다. 특히 4월 1일에는 45.8%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 후 첫 통계(2017년 1월 23일 45.5%)보다 높았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 오자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국 내 코로나 확산 상황이 처음 절정에 달했던 6~7월에는 올해 가장 낮은 지지율(7월 28일, 40.1%)을 기록했다. 코로나가 주춤해진 8~9월 지지율은 다시 올라 44% 선까지 회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걸린 10월 2일 이후가 반영된 조사부터 다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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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마련된 병원 대체 의료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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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바이든 후보에게 10%포인트까지 뒤처졌던 트럼프 대통령은 확산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지난 8월 단숨에 차이를 좁혀 접전 국면(CNBC-체인지 리서치, 8월 21~23일 조사, 오차범위 ±1.4%)으로 들어갔다.

8월 초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6대 경합주 종합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였지만, 2주 사이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두 달 만에 4만명대로 줄어들면서 3%포인트까지 좁혀진 것이다. 경합주 주민들의 응답에서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우려된다'는 응답도 3%포인트 줄어들었다.



트럼프의 코로나 승부수, 독일까 약일까.



코로나19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 건 10월 이후였다. 민주당은 바이러스의 덕을 톡톡히 봤다. 코로나19 재확산보다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할 좋은 소재는 없었다.

더구나 민주당 입장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인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사건도 터졌다. 트럼프 캠프의 선거 메시지는 맥이 끊겼고, 미국인들의 '대통령 피로도'도 커졌다. 방역 문제를 걱정하는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우편투표 열기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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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현지시간) 북부 경합지역인 위스콘신주에서 마스크를 쓰고 연설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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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치닫으며 선 벨트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도 나타난다. 트럼프의 막판 행보는 '코로나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릴 강인한 지도자' 와 '무책임한 코로나 슈퍼 전파자' 사이를 오간다. 다만, 지지층이나 부동층 입장에선 선거 막판의 메시지 자체로는 신선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올해 내내 반복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메시지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사나'라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바이든의 방역 메시지보다 신선하고 설득력이 있어 막판 추격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지지층의 조기 현장 투표 열기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초접전 '박빙' 보도가 이어지면서 양측 집토끼들이 대거 선거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들은 선거 당일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대선을 6일 앞둔 28일(현지시간) 기준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7000만명을 넘어섰다. 2016년 대선 당시 전체 투표 인원(1억3000여만명)의 절반을 이미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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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한 메릴랜드 주 월터 리드 군병원 앞에서 3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이 휴대전화 조명을 밝히며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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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럼프의 이런 막판 추격전이 시기적으로 한발 늦어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추격의 동력을 상당 기간 상실했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이미 많은 미국인이 사전투표를 마쳤고 바이든과 구별되는 트럼프의 코로나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미디어 환경이 아니다"라며 "트럼프의 막판 추격이 얼마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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