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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특별사면 요건 마련된 MB..."박근혜 빼고 그만 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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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법원은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7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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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8000만원.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이 최종 선고한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다음 달 초 서울동부구치소에 다시 수감된다. 지난 2월 구속 집행정지 결정으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지 약 8개월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형(刑)이 확정되면서 대통령 특별사면 요건도 채우게 됐다. 특정한 죄의 종류를 정해 국회의 동의를 거쳐 실시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 가운데 대통령이 정한 사람에 대해 이뤄진다. 전날까지 이 전 대통령은 재판 중이라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정봉주 전 의원(열린민주당)을 사면한 것 외에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표한 신년 특사에선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신지호·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사면·복권됐다.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나자마자 특별사면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與 “끝까지 처벌”…野,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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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지난 5월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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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먼저 거론한 사람은 여당 출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다. 문 전 의장은 지난 5월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호영 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현재 진행형이다. 대통령마다 예외 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이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겠나”라고 거들면서, 한때 정치권에선 사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 요건을 갖춘 이 날, 정치권에선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병국 전 의원이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41년생인 이 전 대통령이 17년의 징역을 다 살 수 있겠냐”며 “특별사면밖에 방법이 없는데, 이 정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정도다. 야당 의원 대부분은 사면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여권의 반응은 더 차가웠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혐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잘못이 제대로 밝혀져 끝까지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고령에 인간적으로 안됐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법 평등 앞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며 “어쩌겠는가. 건강하시라”고 썼다.



“朴 빼고 MB만? 그럴 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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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대법원 재상고심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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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파기환송심에 대한 재상고장이 지난 7월 대법원에 접수돼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형이 확정되지 않아 특별사면 대상이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면서도 “상식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 이 전 대통령의 사면만 검토할 리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신중한 반응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확정판결이 나자마자 사면을 검토하는지 묻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현시점까지 문 대통령이 성탄절 특사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인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국민적 동의와 정치권의 합의된 요청이 있을 때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내용이 문 대통령의 사면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고, 그동안 이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사면권을 행사해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상고심에서 뇌물·횡령죄가 확정된 상태다. 앞서 문 전 의장도 지난 5월 “(특별사면의) 판단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그분(문 대통령)의 성격을 짐작할 때 아마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태화·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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