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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코로나 대처 실패, 4년간 정부 실정이 위스콘신 민심 돌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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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위스콘신 주의회 선거 출마한 한인 2세 프란체스카 홍

“트럼프, 세계 8대 기적이라 자랑

폭스콘 생산공장 유치 진전 안돼”

“소수인종·젊은층 높은 투표 예상

민주당 후원금이 공화당 앞질러”

“방역 실패가 미친 영향 워낙 커

이미 돌아선 민심 되돌리긴 어려워”

28년만에 민주당에 등 돌렸던

위스콘신, 이번엔 다시 민주 우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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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낙농지역인 중북부 위스콘신주는 4년 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보다 고작 2만2748표를 더 줬을 뿐이지만, 이 지역이 민주당 후보에게 등을 돌린 건 1988년 대선 이후 처음이었다.

4년이 흐른 지금,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은 위스콘신 들판에 다시금 ‘파란(민주당의 상징색) 바람’ 예고하고 있다. 대선이 엿새 앞으로 다가온 28일, 선거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50.3%)가 트럼프 대통령(43.9%)보다 6.4%포인트나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수치로만 보면, 사실상 ‘게임 끝’이다.

다음달 3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위스콘신 주의회 하원의원 선거(76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프란체스카 홍(한국이름 홍윤정·31)에게 직접 현지 분위기를 들어봤다. 그는 1980년대 사회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기 위해 위스콘신 매디슨대로 유학온 부모에게서 태어난 한인 2세로, 2009년 식당 접시 닦기부터 시작해 파트요리 담당(라인쿡), 부주방장(수셰프)를 차례로 거쳐 ‘43 노스 레스토랑’ 최연소, 최초 여성 주방장이 됐다. 현재는 매디슨 다운타운에서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이번 주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27일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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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위스콘신 주의회 선거(76 지역구)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한인 2세 프란체스카 홍(한국이름 홍윤정) 후보. 프란체스카 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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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이번 선거는 향후 오랜 기간 동안 미국 국민의 삶의 질, 특히 다음 세대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다. 조금 과장되게 얘기하면, 미국 국민의 생사가 걸린 절체절명의 선거라고 생각한다.”

-위스콘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안심할 만한 상황인가.

“2016년 대선에서 배웠듯,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 결과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여전히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고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도 2016년처럼 여론조사 결과가 뒤집어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민주당 쪽에선 여론조사에 안주하지 않고, 여론은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을 유지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던 교외 지역 여성 유권자와 소수 인종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2016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돼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대선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까닭은 무엇인가.

“지난 4년 간 트럼프 정부의 실정을 경험하며, 2016년에 트럼프에 투표했던 지지자들이 돌아서고 있다. 특히 코로나에 대한 대처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위스콘신에선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천, 4천명씩 나오고 있다. 100억달러 규모(약 11조원)의 위스콘신 내 대만 폭스콘 생산공장 유치 계약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도 실정 사례로 들 수 있다. 트럼프가 ‘세계 8대 기적’이라고 했지만, 이제껏 낭비한 주 정부 예산만 4억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가 중국 및 다른 나라들과 관세 전쟁을 벌인 탓에, 우유와 콩·옥수수 등 곡물 수출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낙농가의 10%가 폐업하는 등 위스콘신 농가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 결과, 위스콘신 민주당에 2018년 중간선거 때보다 6배나 많은 후원금이 몰리는 등, 공화당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트럼프 정부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장악한 위스콘신의 상·하원 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열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전투표 등의 열기가 전국적으로 고조되고 있는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 같나.

“높은 사전투표율은 대다수 유권자들이 미래를 위해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현실적 대응책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투표라는 적극적 정치 행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까지 위스콘신에서만 110만명이 넘는 이들이 사전투표 및 우편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나머지 기간 동안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공화당 쪽에서 투표소 줄이기와 선거인명부 재조정, 신분증 제한 등을 통해 유권자들의 투표를 방해하려는 시도에 나서자, 유권자들이 이에 대항해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높은 사전투표율은 바이든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24일에 이어 27일에도 위스콘신을 방문하는 등 막판 표심 돌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지난 9월 이후 방문이 뜸하다. 2016년 대선 때처럼 막판 부동층 결집 등으로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을까.

“코로나19 확산 탓에 야외 활동이 줄어들고 유권자들 간의 직접적인 접촉이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트럼프 유세장의 열기가 주변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트럼프의 유세는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외연확장 효과는 크게 없는 듯보인다. 특히 트럼프에게서 마음을 돌린 공화당 지지층이나 주변에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 (막판 유세로) 마음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본다. 2016년 대선 당시 부동층이 (선거 막판) 트럼프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적어도 위스콘신에서는 반트럼프더라도 특히 힐러리를 지지 않는 부동층들이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로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무엇보다도 코로나19 방역 대책 실패가 일반 유권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층 중 상당수가 결국 바이든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선거 막판,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며 논란이 됐다.

“이 뉴스는 위스콘신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별로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이슈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다. 백악관은 물론이고, 위스콘신 의회도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내가 주 하원 후보로 나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연방대법원이 위스콘신의 우편투표 개표 시한 연장(선거일 엿새 후까지 접수된 우편투표 용지까지 개표)을 불허했다. 바이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번 선거가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함을 알고, 유권자들의 정당한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온갖 저열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압박에도, 사전투표 용지를 우편으로 보내는 대신 직접 사전투표 장소에 제출하거나 현장 투표하라고 지속적으로 안내하는 등 지역사회 차원에서 연방대법원 결정에 대응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이후 진영 간, 인종 간 극한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 과정에서 제이콥 블레이크가 경찰에 피격된 이후, 지난 9월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일어난 갈등 상황(백인 자경단 활동을 하는 17살 백인 소년이 항의 시위대에 총을 쏘며, 흑백 대결 양상이 벌어졌던 것을 말함)이나 극단적 트럼프 지지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감안할 때, 대선 이후 폭력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아직까지 그런 극한 상황을 예측하게 하는 구체적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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