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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8평짜리 부산 골목길 경매에 응찰자 14명 몰려… "입주권 기대한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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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이날 진행된 총 47건의 부동산 경매 가운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가장 높은 물건은 아파트가 아닌 도로였다.

도로 총면적 200㎡ 가운데 한 소유자의 지분 13%에 해당하는 26.7㎡(약 8평)짜리 부산 수영구 광안동 도로(광안동 1031-25)가 감정가의 263%인 3800만원에 낙찰된 것. 주변은 연립·다세대가 밀집한 빌라촌인데, 이런 골목길에 응찰자 14명이 몰렸다.

이 도로와 가까운 또다른 도로(광안동 1031-16)도 응찰자 14명이 몰려 감정가의 249%인 36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도로 역시 총면적 200㎡ 중 한 소유자의 지분 13%(26.7㎡)가 경매로 부쳐진 물건이다.

조선비즈

감정가의 263%인 3800만원에 낙찰된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한 도로(위)와 감정가 249%인 3600만원에 낙찰된 광안동의 또다른 도로. 두 필지 모두 면적이 총 200㎡이고, 지분 13%(26.7㎡)가 경매에 부쳐졌다. /지지옥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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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 도로의 낙찰가율이 높았던 이유는 두 필지 모두 재개발 부지에 포함된 영향이다. 두 필지는 부산 망미2구역 재개발부지에 속해 있다.

망미2구역은 2007년 조합설립인가, 2008년 사업시행인가 이후 관리처분인가 단계를 10년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정체된 사업장이다. 언젠가 개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응찰자가 다수 몰린 것으로 보인다.

도로 부지는 통상 부동산·경매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전국에서 총 145건의 도로 경매가 진행됐으나, 57건만 낙찰됐다. 절반 이상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낙찰가율도 63%에 불과하다. 건물을 짓는 등 개발행위가 불가능하고, 본인 소유 도로라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행인들에게 통행료를 받을 수 없어서다. 투자해봤자 임대 수익이 나오지 않고 환금성도 좋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도로는 사정이 다르다. 재개발 부지 도로의 소유주는 다세대 등 소유주와 마찬가지로 조합원 자격으로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보유한 도로부지의 면적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한다. 기준은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다른데, 서울은 보유한 도로부지 면적이 90㎡ 이상이어야 한다. 하나의 필지가 90㎡ 이상이어도 되고, 다수 필지를 합쳐 90㎡를 넘겨도 된다. 공유지분도 모두 합해 90㎡ 이상이면 된다.

이번에 낙찰된 부산 도로의 경우는 어떨까. 부산은 서울보다는 기준이 낮다. 부산시 건축조례는 최소 60㎡ 이상의 도로를 가진 소유주가 아파트 입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경매로 낙찰된 광안동의 각각의 필지 지분은 26.7㎡에 불과하기에 이 필지를 낙찰받은 두 명의 투자자는 앞으로 도로부지나 도로부지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만 아파트 입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 추가 부지를 획득하지 못하면 조합에 현금으로 청산해야 한다.

재개발부지에 포함된 도로부지가 고가에 낙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4일 고양 능곡재정비촉진구역 내 능곡5구역에 속한 44㎡짜리 한 도로는 감정가 4532만원의 339%인 1억5378만원에 낙찰됐다.

2018년에는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재개발 부지에 속한 13㎡짜리 도로가 감정가(2418만원)의 4배가 넘는 1억2000만원, 89㎡짜리 또다른 도로가 감정가(1억6000만원)의 3배가 넘는 5억16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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