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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보험정책+]수수료 개편 후①1200%룰 왜 적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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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채널 판매경쟁 과열로 사업비 부담 늘어 보험사 수수료 낮추고 유지율 확대 '일거양득' [비즈니스워치] 김미리내 기자 pannil@bizwatch.co.kr

올해 초 보험사들은 경영위기를 타개할 보험상품 전략으로 생보·손보 할 것 없이 '제3보험'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미 손보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상황에서 생보사들이 뛰어들면서 제3보험 시장은 격전지가 됐습니다. 그러나 2021년 수수료 개편 정책에 따라 '1200%룰'이 적용되면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같은 제3보험이라고 해도 생보사와 손보사 상품의 사업비 구조가 달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수수료 개편으로 새롭게 바뀔 보험 시장을 전망해봅니다. [편집자]

'1200%룰'은 보험설계사가 월 10만원을 납입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이에 따라 첫해에 받는 수수료를 계약자가 1년간 내는 보험료인 120만원(1200%)을 넘지 않게 하는 규제입니다. 그동안은 1200%를 훌쩍 넘긴 1600~1800%의 수수료를 계약이후 첫 달 혹은 3~6개월 내에 몰아서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제3보험은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판매 가능한 보험종목의 영역입니다. 생명보험의 정액보상 특성과 손해보험의 실손보상 특성을 모두 갖고 있어 어느 한쪽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 영역으로 분류됩니다. 제3보험에 속하는 상품으로는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이 있습니다.

이는 제3보험 영역에서 장기손해보험 시장 경쟁이 엄청나게 과열돼 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손보사들이 수수료 등으로 지급하는 신계약비의 증가율은 18% 이상 치솟았습니다. 특히 거대 설계사 조직을 거느리게 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성장으로 일부 보험사가 GA에 과다한 시책을 지급하며 매출을 늘리면서 다른 보험사들이 경쟁에 편승해 사태가 더욱 악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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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 경쟁력보다 수수료 경쟁으로 시장이 유지되면서 설계사들은 더 높은 수수료를 주는 곳으로 이동해 고아계약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사업비를 많이 지출하다보니 보험사의 단기적 보험영업이익은 악화됐고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피해로까지 번질 지경이 됐습니다.

상황이 이러하자 보험가격 자유화 시행으로 시장가격에 개입하기 어려웠던 금융당국이 결국 칼을 빼들었습니다. 사업비가 과다하고 불합리하다며 불투명한 모집수수료 체계를 바로잡겠다 나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나온 핵심규제 중 하나가 바로 '1200%룰'입니다.(관련기사 ☞ [보험 사업비·수수료 개편안]①보험료 낮추고 환급금 높인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 체계는 실상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수수료는 보험상품별, 회사별로 다른데다 유지계약에 따라 판매 건당 받는 비례수당과 신계약을 체결했을 때 일정수준 실적에 도달해야 받는 비비례수당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보험계약이 일정기간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해지되면 부족한 개월수 만큼 환산해 받은 수수료를 환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의 수수료 체계가 1200%룰 적용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그에 앞서 1200%룰 적용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보험상품과 수수료를 지급하는 공급자인 보험사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의 의미는 무엇일지 한번 짚어봤습니다.

◇ 보험사 스스로 끊을 수 없었던 악순환 고리

과도한 사업비, 수수료에 대한 문제는 비단 외부의 시각만은 아니었습니다. 비용지출이 커지며 단기 영업이익률이 악화되자 보험사 내부에서도 문제인식이 커졌습니다. (관련기사 ☞ '후배'에게 짐 떠넘기는 보험 1위 경쟁) 사업비를 전체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경쟁에서 도태될까 누구하나 먼저 높아진 사업비를 낮추지는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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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룰은 이러한 사업비를 눈치 보지 않고, 다른 곳은 안 내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이 한꺼번에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됐습니다. 만일 경쟁관계에 있는 몇몇 보험사들이 만나 수수료를 이정도로 낮추자고 했다면 이는 '담합(카르텔)'으로 공정위원회로부터 처벌을 받게 됩니다. 보험사들은 앞서 보험료 담합으로 수백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이력도 있습니다.

그러나 1200%룰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줬습니다. 서로 눈치 보느라 내리지 못했던 수수료를 동일시기 같은 한도까지 낮출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당국이 제도적으로 수수료를 낮출 일종의 카르텔 기회를 제공해준 것입니다.

◇ 수수료 잡고 유지율까지 보험사 1석2조 효과

또 1200%룰은 '1차년도'라는 제한을 받습니다. 수수료 총량제한이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업계반발이 심하자 당국은 1차년도만 1200%룰을 적용했습니다. 보험계약 체결 첫해에만 1200%룰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2차년도에 나머지 수수료를 지급해 설계사들의 수익이 과도하게 낮아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보험사는 설계사들이 수수료 높이거나 비비례수당 기준을 채우기 위해 본인이나 가족을 계약자로 한 자기계약이나 소위 '그리기'라 불리는 작성계약(허위계약)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일정기간 계약이 유지되지 않으면 수수료를 환수 조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12~18개월 수준을 지키는 곳도 있지만 보험사나 영업현장별로 이보다 훨씬 짧은 규정을 두기도 합니다.

보험계약이 1년도 되지 않아 해지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1200%룰 도입으로 설계사들이 2차년도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1차년도를 넘겨야 합니다. 자동으로 1차년도 유지율관리가 강화되는 셈입니다.

보험사는 초기에 한꺼번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몇년에 걸쳐 나눠서 손실로 반영해 왔는데 보험계약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사업비 재원이 되는 계속보험료가 줄어들게 됩니다. 더욱이 새롭게 도입될 보험국제회계제도(IFRS17)는 유지율이 나빠지면 몇년에 걸쳐 인식했던 손실을 즉시 손실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유지율 관리에 힘써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초년도 수수료를 낮춰 사업비 지출 부담을 줄이고 보험계약 유지율을 높여 계약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어 일거양득입니다.

사업비가 줄어 재원이 확보되면 보험사는 이를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확대되고 있는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거나 보장금액이나 인수 확대 등 상품경쟁력 강화로 방향을 틀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도입으로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는 설계사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고민 여력도 생길 것입니다.

상황은 지켜봐야겠지만 1200%룰은 분명 보험사들이 소정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법이나 오용입니다. 설계사나 GA 등 영업현장에서는 당장 수익이 줄어드는 일이니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보전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내년 보험시장은 어떻게 바뀔까요? 다음 기사에는 수수료 개편 이후 생·손보간 수수료 체계 차이에서 생기게 될 유불리는 무엇일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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