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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당신이 싼 X은 당신이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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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 자리에서 한 선배분이 이런 말을 했다. “문 정권은 참 나쁜 정권이다. 이렇게 나쁜 정권은 처음 봤다.” 평소 남 탓 안 하고 매우 온화한 성품을 가진 선배여서 조금은 놀랐다. 그러니까 그 말의 속뜻은 조선시대 광해군이나 연산군까지 포함해서 지난 수백 년 역대 군주와 대통령 중에 이렇게 고약한 정권은 처음 겪는다는 말이었다.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법원 상고가 기각돼서 징역 17년 형(刑)이 확정됐다. 날씨가 차가워지는데 곧 다시 수감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2년 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가장 길게 감옥에 있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768일보다 곱절 많은 1300일을 감옥에 갇혀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은 80세, 70세다. 17년 형, 22년 형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라는 것이나 같다. 정파적 이념을 내려놓고 솔직히 말해봅시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종신형을 선고 받을 만큼 무슨 대역죄라도 저질렀다는 말입니까.

‘양승태 대법원’을 겨냥한 재판은 지난주 100번째를 넘어섰다. 왜 죄가 되는지, 왜 재판을 하는지도 알기 힘든 재판이다. 기소된 판사 6명은 이미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그런데도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기네스북에 오를 것이다.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2년4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권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적폐 청산’ 캠페인, 다른 말로 바꿔서 ‘앞 정권 사람들 사냥하기’, 그것으로 지난 3년 반 동안 벌써 수백 명을 잡아가두거나 현직에서 쫓아내거나 했는데, 이런 ‘인간 사냥’을 언제까지 계속할 셈인가. 당신들은 영원히 살아있는 권력으로 남아 있을 것 같은가. 당신들도 이제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전임 대통령이요, 적폐 정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 그래서 앞서 말한 선배분이 “참으로 나쁜 정권”이라고 한 것이다.

이런 정권의 본질적인 성격에 대해서 핵심을 찌르는 발언들이 최근 검사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먼저 그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가 이런 글을 올렸다.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되었다.”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었다.

그러자 어제 조국 전 법무장관이 ‘추미애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 이라면서 이 검사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덧붙여서 글을 올렸다. 사실상 자기 쪽 진영 지지자들에게 ‘공격 좌표’를 설정해준 것이나 같다. 그러고 나서 딱 42분 뒤에 기다렸다는 듯이 추미애 장관이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커밍아웃’이란 동성애자 같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을 말하는데, 추 장관은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배려심도 전혀 없이 자신에게 반발하는 검사를 성소수자에게 빗댄 듯 이런 말을 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살 떨리는 협박은 ‘좋습니다. 개혁만이 답입니다’, 라는 대목이다. 마치 이를 빠드득 갈 듯이, 너도 다음 인사 학살 대상이다, 라는 노골적인 보복 예고인 것이다.

이렇듯 전·현직 법무장관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검찰 개혁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한 일선 검사를 좌표 찍듯 보복하겠다고 하자, 동료 검사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섰다. 어제 밤까지 번호가 매겨진 ‘커밍아웃’ 댓글이 60여개로 불어났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는 몇 백 개로 불어나 있을 수도 있다. 검사들의 반란, 즉 ‘검란(檢亂)’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추미애와 조국, 두 사람이 대변하는 현 정권의 본질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촌철살인의 지적들이 지금부터 소개하는 검사들의 말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사위인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장관의 지휘권이 수차례 남발되고, 검찰총장의 사퇴를 종용하며, 정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낙인찍은 검사들을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온갖 이유를 들어 사직하게 압박(하고 있다).”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작금의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아무리 검찰 개혁으로 포장하고 윽박질러도 결국 ‘정치권력의 검찰권 장악’이 본질이다.”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은 이렇게 말했다. “전·현직 법무장관이 (평검사 공격) 좌표를 찍었다.” “무도(無道)하고 치졸하고 저열하고 반민주적 행태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전·현직 장관의 행동을 질타한 것이었지만 사실은 이처럼 “나쁜 정권”이 갖고 있는 속성을 ‘무도(無道)하다, 치졸하다, 저열하다, 반민주적이다’, 라고 규정해버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선 검사들의 탄식은 엘리트 지식인답게 검찰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서 나라 전체를 걱정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변준석 부산지검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해관계와 당리당략 때문에 설정한 프레임으로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한 나라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자들에게 대항하여 저도 커밍아웃하겠다.” 저 사람들을 규정하기를, ‘국민의 눈을 가리고 나라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자들’이라고 정확하게 짚어낸 것이다.

이영림 대전고검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현직 법무장관이 어이가 없다. (추 장관이)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할 텐데….” 장관이라는 사람이 자기가 벌인 일에 대해 스스로 뒷감당을 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비감어린 탄식을 누항의 시쳇말로 내뱉은 것이다. 이시전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권) 편을 들어주면 공정한 것이고, 편 안 들어주면 불공정인가.” 이것 역시 폐부를 찌르는 일침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정권의 행동 지침이라는 것은 오로지 ‘피아구별’을 할 뿐인 것이어서, 저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싸고, 반대편은 무조건 무너뜨리는 무도한 정권이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박규은 수원고검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간의 ‘검찰 개혁’이란, 한마디로 집권 세력과 일부 구성원 등의 합작 하에 이루어진 사기였던 거 같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대한민국 검사가 추미애 장관 손에 의해 대신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집권 세력의 사기’일뿐이라고 일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간 조용하게 현장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던 많은 검사들, 아니 어디 검사들뿐이겠습니까, 정부 부처 곳곳에 있는 공무원들도 다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분노의 함성을 터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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