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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바이든 유세장 가보니...“투표하실 분?” 묻자 차량들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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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보다 5시간 늦은 바이든의 플로리다주 탬파 유세

29일(현지시각) 저녁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유세 현장은 찾아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이날 낮 탬파국제공항 코 앞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 북쪽 주차장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와는 완전히 달랐다. 바이든 후보의 유세는 탬파 외곽의 공터인 플로리다 스테이트 페어그라운즈에서 열렸는데, 탬파 시내 중심에서 차로 10분 이상 가야하는 곳이었다. 대대적으로 장소를 알린 트럼프 측과 달리 바이든 측은 장소 홍보도 거의 하지 않았다.

페어그라운즈에 도착해 보니, 진입로마다 보안관과 바이든 측 요원이 입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초청된 사람만 차량에 탑승한 채 입장할 수 있는 유세(invite-only drive-in rally)이기 때문에 비밀경호국이 허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유세를 보기 위해 왔다가 “죄송하지만 입장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방향을 돌리는 차량이 끝없이 이어졌다. 일부 지지자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바이든·해리스’라고 적힌 깃발과 푯말을 흔들며 페어그라운즈에 인접한 미국 국도 301호선을 따라 응원 행진을 하기도 했다.

취재진 중에서도 미국 언론을 위주로 구성된 풀(pool·당번을 두고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기자단)에 소속된 소수의 기자만 입장이 허용됐다. 보안당국은 유세장 주변을 둘러싼 철책에 접근만 해도 “물러서 달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행히 여의도 공원 면적의 5.8배에 달하는 넓은 땅인 페어그라운즈에는 차량을 타고는 가기 힘든 ‘샛길’들이 있었다. 15분쯤 주변을 걸어다닌 끝에 유세장이 건너다 보이는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바이든의 유세현장은 찾기도 힘들고, 들어가기는 더 힘들다”는 동료 기자들의 평가가 떠올랐다.

유세장 풍경도 트럼프 측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낮 찾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현장은 소지품 검사만 받으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고,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군중이 밀집해 있었다.

[트럼프 유세 현장] 열사병에 픽픽 쓰러지면서도 수천명 “트럼프! 4년 더!”

바이든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차된 차량 행렬이 먼저 보였다. 바이든 측은 이날 285대의 차량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끊임 없이 신경을 썼다. 차에서 내려 연단 앞에 모여든 사람 숫자가 늘어나자, 찬조 연설에 나선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재닛 크루즈가 “너무들 가까이 붙어있다. 떨어지세요!”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가 열린 플로리다주 탬파의 페어그라운즈에 지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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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유세’에 맞는 발언도 이어졌다. 찬조 연설자로 나선 민주당 소속 제인 캐스터 탬파 시장이 “바이든에게 투표하시는 분은 경적을 울려달라”고 말하자, 유세 현장에 있던 차량들이 일제히 “빵빵”하고 응답했다.

저녁 7시쯤 이곳에 도착한 바이든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는 이곳에서 (코로나) 슈퍼 확산 행사를 또 열었다”며 통제 없이 군중을 모으는 트럼프의 유세 방식을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은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만 퍼트리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분열과 불화를 퍼트린다"며 “우리에게는 우리를 쪼개놓는 것이 아니라 통합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2만5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죽었는데 만약 우리가 책임감 있게 대응했다면 16만명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백신을 향한 경쟁을 정치화해서는 안 되고 안전한 사용과 공평한 무료 분배를 준비해야 한다"며 “학교와 가게를 안전하게 열기 위한 개인보호장구 지급도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나는 경제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를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낮 트럼프 대통령은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1시간20분 이상 유세를 했고, 17명이 쓰러져 현장에서 의료적 처치를 받거나 병원으로 후송됐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연설 중 세찬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자 곧 “(투표는) 미루지 말고 비는 피하자”면서 19분 만에 유세를 종료했다.

앞서 바이든 후보는 이날 낮 플로리다주 브라우어드 카운티에서도 차량 유세를 했다. 이곳에서 바이든은 “바로 여기 플로리다가 열쇠를 쥐고 있다. 플로리다가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물들면 선거가 끝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탬파(플로리다)=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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