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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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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장 공천" 다음날 다시 광주 찾은 이낙연…호남에 공들이는 국민의힘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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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가 30일 오후 광주형 일자리 공장이 설립되고 있는 전남 함평군 빛그린산단을 둘러보고 있다. 이 지사는 취임 2개월간 수도권을 제외하고 총 7번의 지역일정이 있었는데, 그중 호남은 3번 이며 영남은 2번 방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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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역 확장과 전라선 KTX 문제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하도록 오늘 아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부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광주시의회에서 개최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지난 24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던 이 대표는 이날 엿새 만에 또다시 광주를 찾았다. 이 대표는 “여러분에게 했던 약속 이행상황을 먼저 보고드린다”며 “5·18 관련법 가운데 왜곡 처벌법과 진상규명법은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주 군 공항 이전 지원법 신속 처리 ▶5·18묘역 확장 예산확보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약속도 이어갔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전 당원 투표 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국 순회 최고위원회의에 나선 이 대표의 첫 방문지는 영남이 아닌 호남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전북 부안에서 또다시 현장 최고위 회의를 열고 “참 자주 온 곳 중 하나가 전북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할머니도 아내도 장모·장인 모두 전북 출신”이라며 개인적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두 달 전 취임한 이 대표는 이날까지 모두 세 번에 걸쳐 호남을 찾았다. 지난달 19일 전북 남원 수해현장을 방문한 게 시작이었다. 반면, PK·TK 지역 방문 횟수는 2차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경북 울진 수해현장 방문(9월 26일)과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소 참배(10월 1일) 같은 일회성 일정이 전부였다. 당내에서 “공성전에서 성과를 보여할 이 대표가 수성전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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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를 방문해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 벌써 100번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떼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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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이런 행보는 최근 험지로 향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호남에서 3.2~5.7%(미래한국당 비례득표 기준)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던 국민의힘은 김종인 위원장 체제에서 호남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취임 후 세 차례에 걸쳐 호남을 찾았고, 지난 8월에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영남에는 8월 대구, 9월 부산 등 모두 2차례 방문한 게 전부다.

국민의힘은 최근 타 지역 국회의원이 광주와 전남·북 지역에 제2의 지역구를 갖고 호남의 각종 현안 및 예산을 챙기자는 취지의 ‘호남동행’이라는 슬로건까지 내놓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난 27일 광주를 방문해 “국민의힘은 호남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훨씬 노력할 지역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 측은 일단 국민의힘의 이런 ‘호남 공략’ 움직임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야당의 움직임은 일절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오후 서울 일정이 있었다면 호남이 아니라 강원을 처음 방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호남에 공들이는 이유에 대해 ‘기반 다지기’란 분석이 많다. 당내 라이벌로 꼽히는 ‘손가혁(손가락 혁명군)’등 일정한 팬덤을 형성한 이재명 경기지사나 친문·친노 그룹의 지지가 예상되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달리 이 대표는 호남 지역의 정서가 핵심적인 기반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오차 범위 내에서 이 지사에 밀리는 결과가 나오는 일이 잦다. 한국리서치의 25일 조사에선 이재명 23%, 이낙연 20%로 나타났고, 알앤써치의 28일 조사에선 이재명 22.8%, 이낙연 21.6%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대선후보가 지지율 정체 상태일 때는 자신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을 다지면서 지지율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대표의 동선은 그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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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가 30일 오전 광주형 일자리 공장이 설립되고 있는 전남 함평군 빛그린산단 식당에서 근로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달간 전국을 돌며 현장 최고위회의를 여는데 오늘 첫 타자로 광주를 선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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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선 이 대표의 잦은 호남행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민주당 한 수도권 의원은 “전남 출신 이 대표에겐 늘 호남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지만, 이어지는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면 의도적으로라도 영남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역의 한 의원도 “호남 민심이 기대하는 것도 영남의 표를 끌어올 수 있는 이 대표의 면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일정이 많다는 지적에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오늘 호남을 찾은 것은 지난번 광주 방문 후 5·18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이와 이어지는 형식으로 볼 수 있다. 다음 주부터는 영남행 일정 등 전국을 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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