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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피해여성께 사과” 이낙연에… “저도 피해여성인가” 입 연 박원순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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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 부안=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등의 거센 반대에도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작업에 돌입해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입을 열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전직 비서인 피해자 A씨는 30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향해 “이 대표가 ‘피해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씀하신 바 ‘피해여성’에 제가 포함되는 것이 맞나”라며 “도대체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인가”라고 꼬집었다.

피해자 A씨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 피해자지원단체 및 공동변호인단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그 어떤 사과도 받은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이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특히 피해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언급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당선인이 성폭력 사건에 휘말린 서울·부산시장과 관련해 비판 여론에도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위한 당헌 개정 여부를 묻는 전당원 투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당헌 당규 개정 전 당원 투표 관련, ‘피해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씀하신 바 ‘피해여성’에 제가 포함되는 것이 맞나? 도대체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인가?”라며 “당 소속 정치인의 위력 성추행을 단속하지 못한 것인가? 지지자들의 2차 가해 속에 저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사과하는 것인가?”라고

또한 “앞으로 저는 이 사과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맞이할 수 있나? 우리 사회는 공당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향후 사건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계획에 대해서도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다.

세계일보

피해자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뉴시스


국민의힘은 30일 더불어민주당이 당헌·당규 약속을 뒤집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사실상 후보를 공천키로 한 것을 두고 전방위에서 비판을 쏟아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심은 천심이다. 천심의 벌이 두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모두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치르는 선거”라며 “내후년에 지방선거가 있으니 1년짜리 시장 뽑는데 세금 830억원이 날아간다”고 민주당을 질책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은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MBC 라디오에서 “당에 잘못이 있더라도 더 좋은 정책과 후보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오히려 책임지는 자세라는 판단에서 대표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유기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자유한국당은 자당 대통령이 탄핵당해 열린 조기 대선에 곧바로 후보를 냈다”며 “그 과거는 벌써 잊었나 보다”라고 역공을 가했다.

다음은 박원순 성추행 피해 여성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 전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님께 질문드립니다.

1. 당헌 당규 개정 전 당원 투표 관련,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씀하신바 '피해 여성'에 제가 포함되는 것이 맞습니까?

2. 도대체 무엇에 대하여 사과하신다는 뜻입니까?

- 당 소속 정치인의 위력 성추행을 단속하지 못하신 것입니까?

- 지지자들의 2차 가해 속에 저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사과하는 것입니까?

3. 사건의 공론화 이후 지금까지 집권 여당, 해당 정치인의 소속 정당으로서 어떤 조치들을 취하셨습니까?

4. 앞으로 저는 이 사과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맞이할 수 있습니까?

5. 우리 사회는 공당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6. 앞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실 계획입니까?

2020. 10. 30. 전 서울시장 비서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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