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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책임정치’ 내팽개친 민주당, 사과 대신 아전인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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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공천 비판 일자

“당원에 책임 방식 묻는 것” 해명

국민 여론·차기 대선 명분 삼아

피해자 측 “뭘 사과했나” 반발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공천 방침에 대한 비판론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후보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데 대해 ‘꼼수’ 비판이 잇따르자 ‘국민 여론’과 ‘대선 승리’ 명분으로 방어에 나선 것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는 30일 “민주당으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은 적 없다”며 이낙연 대표에게 공개질의를 보냈다. 민주당이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만든 당헌을 스스로 뒤집으면서 사과·반성은커녕 아전인수식 변명만을 앞세운다는 비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당원 투표는 전당대회 때 국민 여론과 거의 비슷했던 권리당원들에게 저희가 져야 할 책임의 방식을 묻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정한 책임정치 원칙을 훼손하면서 별개 문제인 국민 여론을 끌어들인 것이다.

4선의 우상호 의원은 “우리가 후보를 안 내서 국민의힘 소속 서울·부산 시장이 반정부적 행보를 하게 될 경우 대선에 주는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했다. 원칙이 아닌 정치적 유불리로 결정했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이재정 의원은 “지나친 정치혐오의 관점에서 논란이 커졌다는 느낌이 든다”며 “개혁적인 척하면서 정작 책임지는 정치의 본질을 제거하고 논란을 지속하는 그런 토론은 지양하자”고 말했다. 책임정치를 약속한 기존 당헌이 마치 반개혁적이거나 정치혐오를 부르는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민주당이 31일부터 이틀간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로 개정하려는 당헌은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잃으면 재·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96조2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2015년 책임정치를 강화한다며 만들었다. 내년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는 고 박원순·오거돈 등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추문으로 발생했다.

민주당이 당원 투표로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위해 실시한 전 당원 투표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두고 당사자로부터 반발이 터져나왔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는 이 대표가 전날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한 것을 지적하며 “도대체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인가. 피해자와 지원단체, 공동변호인단은 민주당으로부터 그 어떤 사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이냐” 등 6개항의 공개질의를 했다.

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수도권 중진의원은 “다시 한번 지도부가 국민께 사과하고 재발방지 등을 약속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했다. 야당은 비난을 쏟아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후보 안 내는 게 가장 제대로 된 사죄이고 국민 용서 받는 일”이라고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비겁한 결정을 당원 몫으로 남겼으니 민주당은 비겁하다”고 했다.

김형규·임지선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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