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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만취 난동' 가장 입 막아 숨지게 한 아내와 자식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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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남편이 만취해 난동을 부리자 자녀들과 함께 손발을 묶고 입 안에 이물질을 집어넣어 진정시키려다 숨지게 한 아내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상윤)는 중체포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형법상 중체포치사죄는 사람을 체포한 뒤 가혹행위를 가한 끝에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를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체포’란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하는 체포와 무관하며 일반인이 위력으로 타인의 신체 자유를 박탈한 경우를 의미한다.

A씨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중체포존속치사)로 기소된 아들(23)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딸(30)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씨와 자녀들은 올해 1월13일 술에 취해 귀가한 B씨(당시 61세)가 술주정을 부리자, 이를 진정시킨다며 B씨의 두 다리와 팔을 묶었다.

B씨는 저항하며 소리를 질렀고, A씨 등은 재갈을 물리듯 입 안에 행주 등 이물질을 집어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결국 숨졌다.

A씨 등은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범행 당시 B씨가 숨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술에 취한 피해자를 진정시키려다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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