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2차 봉쇄 직전의 파리… 식당마다 최후의 만찬, 고속도로 700㎞ 정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특파원 다이어리]

조선일보

봉쇄령이 내리기 직전 프랑스 파리 15구의 한 술집에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손진석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9일 저녁 8시(현지 시각) 파리 15구의 그르넬 거리는 식당과 술집마다 손님들이 꽉 들어차 소란스러웠다. 야외 테이블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4만~5만명씩 나오는 나라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흥겨운 밤이었다. ‘뒤플렉스’라는 술집 야외 좌석에 다닥다닥 붙어 이야기를 나누던 20대 남녀 4명은 “오늘이 마지막이니 적어도 이 순간은 즐겨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조선일보

프랑스 5개월만에 재봉쇄… 유럽도 밤이 사라졌다 -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환하게 불을 밝혔는데, 인적을 찾을 수 없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무섭게 급증하자 이날 0시를 기해 프랑스 전역에 봉쇄령을 발동했다. 최소 4주간 식당·주점 등은 문을 닫는다. 독일 역시 다음 달 2일부터 한 달간 음식점·주점 등 과 영화관·공연장 등 여가 시설이 봉쇄된다. 최근 유럽에선 하루 20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0일 0시부터 프랑스 전역에 최소 4주간의 봉쇄령이 내리기 직전의 파리에는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이튿날부터 식당·술집이 모두 영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마지막 여흥’을 즐기려는 사람들이었다. 가족 단위로 외식을 나온 이들도 많았다.

조선일보

봉쇄령 직전 마지막 자유를 느끼기 위해 몰려나온 파리 시민들/손진석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시내 수퍼마켓에는 장 보러 나온 사람도 많았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때 미리 먹을거리와 생활필수품을 사두려는 이들이 수퍼마켓 앞에 줄을 섰다. 휴지와 파스타 면이 특히 많이 팔렸다. 미용실·이발소도 하루 반짝 특수를 누렸다. 봉쇄령 기간 이·미용 업소도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서둘러 머리를 손질해두려는 사람이 많았다. 15구의 ‘오즈’라는 이발소 바깥에 줄을 선 사람만 9명이었다. 1차 봉쇄령 때 머리가 길어도 손볼 수 없어서 답답했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일종의 ‘학습 효과’가 생긴 셈이다.

조선일보

봉쇄령을 앞두고 머리를 손질하려는 남성들이 파리 시내 한 이발소 앞에 줄을 서 있다./손진석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저녁 파리는 시내는 물론 외곽까지 극심한 교통 체증에 시달렸다. 봉쇄령 직전 ‘마지막 외출’을 나온 사람이 많은 데다, 시내 일부 지역은 봉쇄령에 반대하는 집회로 도로가 차단됐다. 게다가 지방으로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퇴근 시간 무렵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동 금지령 단속 수위가 낮은 지방의 친척·친구집으로 가려는 이들이 도로에 넘쳤기 때문이다.

뉴스 채널 BFM에 따르면, 이날 저녁 파리 및 수도권을 말하는 일드프랑스 지역의 고속도로에서 교통 체증이 발생한 구간은 734㎞에 달했다. 최근 2년 8개월 사이 가장 길었다. 3월 17일 처음 봉쇄령을 내리기 전날 밤에도 시내를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파리 탈출’을 시도하는 이들은 이날 더 많았다. 기자의 이웃에 사는 직장인 뤼도비크는 “프랑스인들은 간섭받는 걸 싫어한다”며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은 노트북을 들고 지방으로 많이 떠났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