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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총기·폭발물 아닌 참수테러···극단주의자들 왜 더 잔인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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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공포심 극대화하려는 행위"

"이슬람 교리와 관련있다는 건 거짓"

한동안 잠잠하던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들의 테러가 프랑스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흉기를 이용한 '참수' 방식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전 세계인이 경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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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29일 오전(현지시간) 테러로 의심되는 흉기 공격이 발생해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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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16일(현지시간)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47)가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에게 참수된 사건이었다. 파티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잡지 만평을 수업 교재로 활용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에게 살해됐다. 이후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 아비뇽, 리옹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흉기 테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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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일어난 테러 용의자 브라임 아우이사우이 [폴리티카 캡처]


이번 테러는 모두 흉기를 이용해 참수하거나 몸을 찌르는 등 잔인한 방식이 동원됐다. 교사 참수 용의자인 압둘라크 안조르프(18)는 공격 후 SNS에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메시지와 함께 피해자의 시신 사진까지 올렸다.

왜 갑자기 이런 방식의 테러가 횡행하게 됐을까.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참수는 직접 피살자의 목에 칼을 대어 잔인하게 살해하는 것이기에 총기나 흉기, 또는 폭발물을 통한 테러보다 대중의 공포심을 끌어올린다”면서 “분노와 증오를 더 잔인한 방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때 인터넷에서는 참수가 이슬람의 종교나 문화와 관련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2018년 제주도 예멘인 난민 수용 논란 때 인터넷에 유포된 ‘코란에서 가르치는 이슬람의 13가지 교리’라는 글에 “이슬람교가 아닌 사람은 목을 베어 죽여라”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짜로 판명 났다. 당시 이슬람 반대파가 의도적으로 코란을 잘못 인용하거나 일방적으로 해석해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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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일어난 프랑스 상품 불매 운동 현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반이슬람 정책에 반대한 이슬람 종교인들이 마크롱 대통령 사진을 찢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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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잔인한 테러 방식에는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IS 조직원은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 종교를 접하고 활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극단적 교리와 행위를 공유하고 모방한다는 것이다. 아랍어나 이슬람 종교의 기본 철학을 모르는 상황에서 변질한 교리에 빠져 참수·화형(火刑)·수장(水葬)도 거리낌 없이 습득한다.

IS는 하부 대원들이 독립적으로 테러를 자행하고, 이후에 알리는 ‘선(先) 테러, 후(後) 보고’ 체계로 유명하다. 이렇다 보니 대원들은 서로의 테러 행위를 모방하면서 극단적인 방식을 추종한다. 29일 공격도 교사 참수 사건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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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벌어진 프랑스 니스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2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촛불을 밝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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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영향력을 최대한 넓히려는 IS도 조직원들의 이런 산발적 테러를 제어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수장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망으로 조직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대원들의 자발적인 테러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테러 조직들에는 이런 일련의 테러가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난민 문제도 심각해지면서 이들이 활약할 토양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중동센터장은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불러올 경제 하락, 무정부 상태의 혼돈이 한동안 잠잠했던 '외로운 늑대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테러리스트의 목적은 이름을 알리는 것인데, 최근 조성된 이슬람과 서구권 간 갈등 상황에 관심을 끌기 위한 테러가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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