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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스팸뚜껑·빨대, 널 산 적은 없는데"…일회용품 반납운동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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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충청남도 아산시에 사는 주부 성모(45)씨 등이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경 인턴기자 = 충남 아산에 사는 주부 성모(45)씨는 최근 두유를 마시다가 두유 팩에 붙은 플라스틱 빨대를 보고 '굳이 글루건까지 써 가며 부착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성씨는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일회용품을 양산하는 기업의 책임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팩에 붙은 빨대를 하나둘 모아 해당 업체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성씨는 "불필요한 일회용품뿐만 아니라 영양제 통에 붙은 스티커 등 분리배출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함께 모아 각 업체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씨처럼 제품에 부착된 일회용품을 제품 제조업체에 반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멸균우유 팩에 붙은 빨대나 간편식의 플라스틱 뚜껑, 이중삼중 포장된 유산균 봉지 등이 불필요한 일회용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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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 운동 대상 일회용품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기업에 손편지…"홈페이지 의견 제출과 전달력에 차이 있어"

서울시가 이달 초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추진한 '일회용품 반납 운동'에는 100명 가까운 시민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배달 수요가 증가하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완화되면서 연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캠페인에 참여한 주부 신모(41)씨는 "내 돈 주고 산 제품에 포함된 불필요한 포장재를 기업 측에 돌려보냄으로써 '다음 구매 시에는 이것을 사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며 "기업 역할이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제품이 유통된 이후 폐기까지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순 스팸 뚜껑을 본사에 우편으로 보낸 이다영(32)씨는 다음 차례로 간편 죽에 부착된 플라스틱 뚜껑과 숟가락을 업체에 보낼 계획이다.

이씨는 중소 식품업계에 환경 보호를 필수 사항으로 인식하는 '필(必)환경' 트렌드가 조성될 수 있도록 대기업이 변화의 신호탄이 돼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손으로 써서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종종 끼니를 때우기 위해 간편 죽을 사 먹는데 플라스틱 뚜껑과 숟가락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회용품을 과도하게 사용한 간편식에 손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 의견을 전달하는 간편한 방법이 있지만 소비자가 직접 손편지를 쓰고 우편, 택배를 보내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의견을 내는 것과는 전달력에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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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제조 업체에 보낸 플라스틱 뚜껑과 손편지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식품업계, 소비자 의견 반영해 플라스틱 빨대·뚜껑 축소

이씨가 참여한 스팸 뚜껑 반납 운동은 기업이 친환경 포장재를 구상하고 확대 적용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 의견을 수용해 올해 추석에 일부 제품에 한해 선보인 '뚜껑 없는 스팸'을 내년 추석 선물 세트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달 초부터 소비자가 반납한 스팸 뚜껑이 약 500개에 달했다"며 "내년 추석 선물 세트에도 뚜껑 없는 스팸 출시를 늘리고 제품 간 간격을 최소화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회용품 반납 운동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측에 지속가능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8월 12∼21일 소비자 3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온라인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8.3%는 지속가능한 식품 포장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69%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꼽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맥도날드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멈춘 것처럼 소비자 개개인의 목소리가 모이면 기업이 환경친화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며 "향후 제품의 품질, 가격뿐만 아니라 기업의 환경지각척도가 소비자의 실질적인 구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팸 뚜껑 반환 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 '쓰담쓰담' 클라블라우(활동명) 대표는 "일회용품 반납 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에 일회용품 없이도 제품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현명한 소비자라면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이해한 뒤 문제점을 꼬집고 대안을 제시하며 기업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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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전국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택배와 배달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와 함께 빠르게 늘어나는 포장재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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