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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절망 속에서 마주한 WC, LG 반등 요건은 1차전 승리[SS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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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20년 10월 30일 LG와 SK의 문학구장 경기. 분위기 가라앉은 LG 더그아웃. 인천 | 연합뉴스



[문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전혀 반갑지 않은 무대지만 이대로 허무하게 끝낼 수도 없는 일이다. 어쨌든 정상에 오를 기회는 남아있다. 5개월 동안 쉴틈없이 달려온 것을 날려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더 높은 무대로 진격하는 수밖에 없다.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포스트시즌 첫 경기 승리다.

어느덧 상대 팀과 함께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다 진출팀이 됐다. LG는 2016년과 2019년, 키움은 2015년과 2018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바 있다. 흥미롭게도 두 팀 다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돌입했고 모두 승리했다. 2016년 LG가 최초로 와일드카드 2차전까지 치르긴 했으나 어쨌든 4위 어드벤티지를 지켜낸 바 있다.

그런데 4위를 확정짓기까지 과정은 지난 두 번과 다르다. LG에 있어 2016년은 세대교체 시작점이었다. 2015년 후반기부터 외야진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을 집중 기용했고 그 첫 열매가 2016시즌이었다. 야수진에서 오지환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채은성, 이천웅, 이형종, 유강남이 1군 선수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미운드에서는 임정우와 김지용이 불펜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도 비슷했다. 야수진은 상당 부분 세대교체가 완성됐는데 시즌 전 가장 큰 불안요소였던 불펜진에서 고우석, 정우영, 김대현이 도약했다.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봐도 2016년과 2019년의 4위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 했다.

하지만 올해 4위는 완벽한 ‘실패’다. 21세기 들어 팀 최고 타선을 구축했고 핵심 선수들의 부상 이탈도 부쩍 향상된 뎁스로 어느정도 극복했다. 주전 외야수가 한 명씩 빠져나간 것을 홍창기로 메웠고 후반기 차우찬의 공백은 신인 김윤식과 남호가 최소화했다. 10월 들어 타일러 윌슨과 로베르토 라모스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미 윌슨은 지난 2년과는 다른 투수다. 정찬헌과 이민호 5선발 듀오가 올해 윌슨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윌슨 이탈이 선발진 전체를 완전히 흔들 수준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라모스 이탈은 시즌 막바지 뼈아프게 다가왔지만 이 또한 정규시즌 최종전 2경기 패배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즉 최하위 두 팀에게 패하면서 포스트시즌 시작점이 플레이오프가 아닌 와일드카드가 된 것에 책임은 류중일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있다. 무슨 얘기를 해도 변명 밖에 안 되는 지난 28일 잠실 한화전 마운드 운용, 지난 30일 문학 SK전 김현수의 1루수 선발 출장이 그렇다. 28일 경기 마운드 운용은 30일 경기 5회 정찬헌의 조기 교체로 실패였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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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지난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김현수가 1회말 2사1루 헛스윙 후 배트를 돌리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타격 슬럼프(10월 타율 0.207·OPS 0.584)와 마주한 김현수의 1루 기용은 첫 타석 행운의 안타가 아니었다면 4타수 무안타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정말 수비 포지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LG 3년 동안 김현수는 좌익수 출전과 1루수 출전의 타격 지표 차이가 뚜렷하다. 올해도 그는 좌익수 출장시 타율 0.354·OPS 0.963, 1루수 출장시 타율 0.143 OPS 0.325를 기록했다. 1루수 출장이 정규시즌 막바지에 집중되기는 했으나 적어도 수비와 공격이 모두 안 되는 1루수 선발 출장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지난해와 다른 타자가 된 이천웅의 선발 출장을 위한 김현수의 1루수 출장 역시 이해하기 힘든 전략이다.

류 감독은 28일 경기에 앞서 마운드 총력전을 예고했고 지난겨울에는 김현수의 1루수 출전을 최소화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자신이 뱉은 말을 뒤집으면서 최악의 결과와 마주하고 말았다.

당연히 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그래서 더 승리가 절실하다. 포스트시즌 승리라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반등을 위해서라도 결과를 내는 수밖에 없다.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투수로 낙점한 케이시 켈리의 호투가 시작점이 돼야 한다. 켈리는 올해 키움과 맞선 3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42로 맹활약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도 NC를 상대로 6.2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켈리는 지난해 와일드카드 1차전을 “만원관중 속에서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공을 던졌다.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경험 중 하나”라고 회상한 바 있다. 트레이닝 파트 권유로 8일을 쉬고 올라오는 켈리가 약 일 년 전 와일드카드 모습을 재현하는 게 LG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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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켈리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키움의 경기에서 키움에 승리하며 시즌 9승을 올린 뒤 춤을 추며 코칭스태프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선발 켈리의 6이닝 1실점 호투와 이천웅의 3점포를 앞세운 LG는 6-1로 승리해 키움에 승률이 앞서 2위 자리를 탈환했다. 2020. 9. 10.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켈리가 선발 등판한 1차전을 내줄 시 2차전 선발투수부터 물음표다. 윌슨은 31일에 겨우 팔꿈치 부상 후 첫 실전에 나서며 정찬헌은 선발 등판 후 이틀 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는다. 정찬헌은 와일드카드 엔트리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다. 임찬규가 2차전에 나서면 4일 휴식 후 등판인데 임찬규는 이전 등판에서 투구수 111개를 기록했다. 2차전은 임찬규+이민호, 혹은 이민호의 선발 등판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태다. 1차전에서 승리하면 6일을 쉰 임찬규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설 수 있다.

LG 팬들은 늘 그랬듯 이번에도 유광점퍼 물결을 이루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유광점퍼가 잠실구장 전체를 휘감았고 30일 문학에서도 1루 관중석 못지 않게 3루 관중석에 유광점퍼를 입은 LG팬이 많았다. 와일드카드 1차전 역시 비슷한 광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팬들이 느낀 실망과 절망을 만회하는 길은 승리 뿐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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