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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부터 만석까지’…코로나 인간 실험장 된 요코하마 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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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 한신 타이거즈의 일본 프로야구 경기 중 관중들이 앉아 있는 모습. 앞뒤 좌우로 붙어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날 야구팬 1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대책을 위한 실험을 벌였다. /이태동 기자


“떨어져 앉으라”는 말은 없었다. 홈팬도 원정팬도 시루 속 콩나물처럼 빽빽하게 앉아 3시간 42분간 경기를 지켜봤다. ‘큰 소리 내지 않기’라는 코로나 예방 수칙은, 9회말 홈팀이 2점을 쫓아가 3대3을 만든 탓에 완전히 무용지물이 됐다. 30일 일본 정부가 코로나 관련 실험 때문에 관중 입장 제한을 완화한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 한신 타이거스의 일본 프로야구 경기 풍경이었다.

일본 정부 ‘인간 실험’에 베이스타즈 시즌 최다 관중 운집

이날 경기장인 요코하마 스타디움엔 1만6594명이 모여 베이스타즈 구단 기준 시즌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직전 5경기 평균(1만3661명)보다 약 3000명 많은 수치다. 이전까지는 다른 프로야구·축구팀들처럼 관중이 수용 인원(3만2000명)의 50%까지만 들 수 있었지만 이날 경기만 특별하게 입장 제한이 80%로 완화됐다.

일본 정부가 스포츠 경기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이 경기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하면서 내린 조치다. 여기에 구단 측이 티켓 값을 35% 할인하고 유니폼 증정 행사까지 벌이며 발을 맞췄다. 경기장은 거대한 인간 실험장, 여기 모인 1만6500여 야구팬은 피실험자가 됐다.

일본 내에서 처음으로 제한이 완화돼서인지 바닷바람이 부는 영상 13도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열기가 꽤 뜨거웠다. 스타디움 인근 간나이(関内)역에선 경기 한 시간 전부터 정차하는 전차마다 승객들을 쏟아냈다. 이들을 맞느라 역 안에선 역무원들이, 밖에선 베어스타즈 구단 직원들이 고함을 질러댔다. 경기장으로 들어선 관중들은 대부분 좌석을 붙여 앉았다. 바로 옆 좌석 사람과 거리는 성인 기준 손바닥 한 뼘이 안 됐다. 빈 곳이 있는데도 구단에서 관중들이 모여 앉는 형태로 좌석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1만6000여 관중이 빽빽하게 붙어 앉아 응원하는 모습은 코로나 이전 시대 야구장을 보는 듯했다. 현재 3~4 좌석당 한 명씩 앉는 한국 프로야구·축구 경기장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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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요코하마 스타디움 관중석 사이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측정기. 일본 정부는 이날 경기에서 관중들이 마스크를 쓰고 큰 소리를 냈을 때 비말이 얼마나, 어떻게 퍼지는지에 대한 자료도 수집했다. /AFP 연합뉴스


일거수일투족 촬영하고 ‘육성 응원’은 비말 퍼지는지 확인

일본 정부는 이렇게 조성한 환경 속에서 원하는 만큼 코로나 관련 실험을 했다. 구단과 협의해 1·3루 쪽 카메라맨석, 외야 경사면 등 경기장 안은 물론 매점과 화장실, 경기장 인근 전철 역과 공원 등지에 고해상도 카메라를 설치해 관중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했다. 실시간으로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가리고 착용 비율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촬영분은 관중 이동 동선을 짜는 데도 쓰기로 했다.

특히 사람이 몰리는 매점이나 화장실 근처에는 전파 기기도 함께 설치해 관중들이 스스로 혼잡도를 체크해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육성 응원’이 안전한지 검증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측정기, 풍향계도 동원했다. 비말(작은 침 방울)이 마스크 밖으로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분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밖에 이날 경기 관중 중에 양성자가 나올 경우 확진자 접촉 통지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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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스타디움 입구에 설치된 고해상도 카메라. 경기장을 오가는 관중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파악하고, 효율적인 이동 동선을 설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AFP 연합뉴스


코로나 확산세 속 야구장 실험, ‘유관중 올림픽’ 근거 될까

문제는 실험 타이밍이다. 일본에선 코로나 확산세가 줄기는커녕 10월 들어 다시 완만하게 늘어 29일엔 두 달 만에 하루 확진자 수가 다시 800명을 넘어섰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실험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경기장 밖에서 만난 유타로라는 30대 회사원은 “오랜 베이스타즈 팬이지만 이번 경기는 일찍부터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백신 나오기 전까지는 관중이 많을수록 위험한 게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최다 기록에도 관중이 예상보다 적었다면서 “위험도가 높아 불안해하는 팬들이 있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야구장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실험 결과 만족할 만한 근거를 얻는다면 여전히 불투명해 보이는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 나아가 관중 유치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야구 결승전 등이 예정된 요코하마 스타디움이 첫 실험장이었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31일 같은 장소에서 수용 인원의 90%, 11월 1일엔 만석까지 관중을 허용해 실험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주말 낮 경기인 만큼 더 많은 관중이 들어찰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7일엔 일본 최고 인기 야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 구장 도쿄돔에서도 같은 실험을 하기로 했다. 도쿄돔의 수용 인원인 4만3000석 중 80%가 다 찰 경우 약 3만4000명이 실험 대상이 된다.

[요코하마=이태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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