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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WTO 수장 유명희 지지 美…진심인가, 다른 목적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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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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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이 첨예한 국제·외교 이슈로 부상했다. 결선에 올라 164개 회원국의 선호도 조사 대상이 된 한국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을 두고 ‘미국 대 비(非)미국’ 구도가 형성돼서다.

미국은 막판에 유명희 본부장 지지를 선언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이 거의 컨센서스(만장일치 합의)를 얻어 사무총장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발표가 난 자리에서 유일하게 비토를 놓았다.

최종 결정은 11월 9일 특별이사회에서 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이 다른 목적으로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하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앨런 라인치 선임고문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낸 논평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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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앨런 라인치 CSIS고문 [CSI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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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총장 선출의 종착점 등을 약 4가지 가능성으로 요약했다. 여기에 ‘미국의 진심’을 추정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어떤 시나리오든 유 본부장을 놓고 ‘고(go)냐 스톱(stop)이냐’를 판단해야 하는 한국 정부엔 딱 떨어지는 답이 없다.①美, 원하는대로 WTO 개혁하려 유명희를?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순히 유명희 본부장을 원하고, 오콘지이웨알라 전 장관에 반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라인치 고문은 미국이 이 이슈를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데 활용하려는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은 이전부터 ▷상소기구 관련 문제 제기를 했고 ▷개발도상국의에 대한 정의를 놓고도 불만을 갖고 있으며 ▷많은 회원국이 산업체 보조금 지급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등 ‘불만 리스트’가 많다면서다.

미국이 오콘지이웨알라 전 장관의 WTO 사무총장 추대를 막지 않는 걸 조건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인치 고문은 “다른 회원국은 원하는 사무총장을 얻고, 미국은 그간 요구해온 개혁의 일부를 취해 사실상 윈-윈(win-win)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회원국의 저항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론 다른 대안보다 낫다고 결론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데드라인인 다음달 9일까지 이런 큰 협상이 타결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했다.②바이든, 미 대선서 승리한다면…다른 대안은 WTO가 결정을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 대선결과에 달렸다.

라인치 고문은 “조 바이든이 이기면 많은 국가가 ‘내년 1월말까지 사무총장 결정을 그냥 미루자’고 할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오콘조이웨알라를 반대하지 않을 거란 가정이 깔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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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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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러나 바이든 선거캠프 내 인사 누구도 현재 이와 관련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걸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이 세계은행(WB) 근무 때 로버트 죌릭 전 총재와 수년간 가까이 지낸 점을 미국이 마뜩찮게 여기는 걸로 전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역임한 죌릭 전 총재는 세계화를 지지하는 자유무역론자다.

라인치 고문은 민주당의 꽤 많은 사람이 세계화에 의심을 품고 죌릭 전 총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기구 복귀 등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WTO내 컨센서스를 막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③투표로 결정하는 방법도또 다른 방법은 투표라고 라인치 고문은 적었다. WTO 규칙 상 가능하지만, 한 번도 시행된 적은 없다면서다. WTO는 컨센서스를 일관되게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고수해왔다. 회원국 중 작은 국가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을 선호해도 투표엔 반대할 국가가 많다고 봤다. 선례를 만들었다 미국에 눈밖에 나 부메랑을 맞길 꺼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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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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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어게인 1999’?…임기 쪼개 둘 다 한 번 씩협상 가능성도 있다. 유명희 본부장과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에게 돌아가면서 사무총장을 맡도록 하는 것이다. 1999년 선례가 있다. 두 후보(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 수파차이 파닛차팍 전 태국 부총리)를 놓고 컨센서스에 실패해 4년이던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두 사람이 3년씩 나누는 걸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 결정은 당사자 2명 말곤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리인치 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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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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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밖에 아예 제3의 후보를 새로 찾거나 미국을 제외한 163개 회원국이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하는 미국 입장과 함께 하는 안도 거론했지만, 가능성은 가장 낮다고 했다.

세계 무역 부문에서 인지도가 높은 걸로 알려진 라인치 고문은 “두 후보 모두 훌륭하고, WTO는 이런 싸움을 할 필요도 가치도 없다”면서 “미국은 더 많은 관여가 필요한 시기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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