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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취재파일] 코로나19에 일자리 줄어드는데…더 늘어난 불안정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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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비정규직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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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비정규직의 수와 비중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 중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 개선되는 것일까요?

그러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전체 일자리 감소의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일자리의 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비정규직의 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어떻게 줄어들었는지도 문제입니다. 비정규직 중에서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대규모로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나머지 영역에서는 그 수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정규직의 전체 수는 줄었지만, 고용의 불안정성은 더 커진 것입니다.

● 비정규직 수 감소 "코로나 고용타격 탓"…임금근로자 사상 최초 감소

통계청이 올해 8월을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집계해 발표했습니다. 매년 한 번씩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내는 지표입니다.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수는 2044만 6천 명으로 지난해보다 11만 3천 명 줄었습니다. 임금근로자가 줄었다? 통계작성 이래 처음입니다. 인구가 늘어나니까 임금근로자도 비례해서 쭉 같이 늘어왔는데,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 데다가 코로나19 고용난까지 덮쳐 임금근로자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이 임금근로자 중에 비정규직은 742만 6천 명으로, 전체의 36.3%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보다 5만 5천 명이 줄었고, 비중도 0.1%p 줄었습니다. 나머지는 정규직으로 63.7%를 차지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보다 5만 8천 명 줄었습니다. 줄어든 규모가 비정규직보다 더 많은 것으로 미루어 보면, 이번 비정규직 감소가 고용 안정성이 나아진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213만 2천 명으로 28.7%를 차지하면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노인 비정규직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뒤를 50대, 40대, 20대가 이었는데요, 60대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보다 그 수가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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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서 비정규직이 줄어든 걸까? 역시 코로나19로 타격이 큰 업종에서 많이 줄었습니다. 숙박·음식점업에서 7만 1천 명, 제조업에서 6만 9천 명 줄었고 교육서비스업에서도 4만 명 넘게 줄었습니다. 반면,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는 15만 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에서는 4만 명 늘어났습니다. 고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급하게 만든 정부의 재정 일자리가 이 부문에 많은데요, 이런 일자리는 기간제 일자리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근로형태별 비정규직 현황을 알아보기 전에, 통계청이 집계하는 비정규직의 유형을 구분해봅시다. 비정규직은 크게 1) 한시적 근로자 2) 시간제 근로자 3) 비전형 근로자로 분류됩니다. 여기에 포함이 안 되는 임금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봅니다.

1) 한시적 근로자는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거나, 정해져 있지 않아도 계약을 반복해서 갱신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근로자를 말합니다. 그럼 비기간제는 정규직이 아니냐? 아무래도 기간제보다는 사정이 낫겠지만, 계속 근무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고용보장이 되지 않아서 비정규직에 포함됩니다. 무기 계약직 근로자가 대표적입니다.

2) 시간제 근로자는 단시간 근로자라고도 합니다. 보통 주 36시간 미만 일하기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해당합니다.

3) 비전형 근로자는 그야말로 전형적, 정규 근로자가 아닌 특수한 형태의 근로자를 말합니다. 택배, 배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을 비롯해 프리랜서와 파견, 용역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특히 근로계약도 없이 일거리가 생겼을 때만 며칠, 몇 주씩 일하는 일일 근로자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올해 비정규직은 유형별로 어떻게 변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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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형태별 비정규직 규모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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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처럼 한시적 근로자를 빼고는 모두 늘었습니다. 한시적 근로자도 사정이 좀 나은 비기간제 근로자는 31만 명이나 줄었고, 기간제는 오히려 13만 3천 명이 늘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가 늘어난 건 정부의 재정 일자리 확대의 영향이 큽니다. 반면에 비기간제가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고용 불확실성이 확대돼 계속 근무가 가능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비기간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통계청은 설명했습니다. 청년층이 많이 찾는 음식점 아르바이트 등에서 비기간제 근로자가 많이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고용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통계청은 청년층에서 비기간제 근로자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분류는 중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한시적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시간제 근로자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통계청이 이런 유형 간 중복을 제거한 비정규직 규모를 따로 산출했습니다.

우선순위는 "특수형태고용>가정 내>파견·용역>일일>한시적>시간제" 순입니다. 그러니까 한시적 근로자면서 동시에 시간제 근로자라면 한시적 근로자로만 따져서 집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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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간 중복을 제거한 비정규직 규모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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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분리해서 살펴보면 특수형태 근로자들이 줄어든 게 눈에 띕니다. 비전형 근로자에 포함되는 일일근로자가 대규모로 늘어난 것도 보입니다. (전년 대비 13만 6천 명 증가) 비전형 근로자의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건설 일용직이 차지하고 있는 일일 근로자 증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간제 역시 사실상 그 수가 줄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올해 증가분이 2만 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보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 일자리, 이른바 '공공 알바'는 10만 개 이상 늘었거든요. 원래 시간제로 일하던 사람들은 그 차이만큼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간제 근로자가 줄어들면 평소라면 좋은 신호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전체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들이 아예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 정규직-비정규직 월급 차이 152만 원 "사상 최대"

비정규직은 고용의 불안정성뿐만 아니라 같은 일을 하고서도 더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올해는 이 임금의 양극화가 더 심해져 통계 사상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월평균 임금으로 따져보겠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71만 1천 원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1만 8천 원 줄었습니다. 반면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보다 6만 9천 원 늘어난 323만 4천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차이가 152만 3천 원이나 납니다. 통계청이 이 집계를 2004년부터 했는데 그 이후로 격차가 가장 큽니다. 그동안 물가 상승과 함께 정규직 월급과 비정규직 월급은 모두 꾸준히 늘어왔습니다. 그런데 정규직은 그 흐름이 변하지 않았던 반면, 비정규직은 되레 줄어들면서 고꾸라진 겁니다.

통계청은 코로나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코로나19로 일시 휴직자가 지난해보다 3배 정도 늘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인) 임시직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규모로 증가했는데, 그것은 그만큼 취업자 수는 같더라도 임금은 하락하게 되는 요인이라서 평균 임금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시 휴직자는 취업자로 칩니다. 휴직이 유급 휴직이든, 무급휴직이든 간에요. 금방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 여행, 숙박과 음식업종에서는 올해 일시적으로 일을 쉬는 '일시 휴직자'가 급증했습니다. 무급 휴직자들은 6개월이 지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가기 때문에 9월 고용통계에서도 쉬었음, 구직단념자 등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10월에도 이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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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항 여행사 창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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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균 임금이 가장 많이 줄어든 근로 형태는 역시 또 비기간제였습니다. 기간제 근로자가 지난해 180만 6천 원에서 올해 187만 7천 원으로 7만 원 정도 늘어난 반면 비기간제는 지난해 207만 원에서 올해 174만 1천 원으로 33만 원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비기간제 근로자들이 수도 많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취업자로 남아있더라도 무급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비정규직 임금이 감소한 다른 이유로는 정부의 재정 일자리 확대가 있습니다. 노인 공공일자리가 대표적인데 일자리라고는 하지만 이게 사실상의 복지 혜택으로 볼 수 있는 정도라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매우 낮습니다. 이런 일자리가 시간제 근로자 9만 7천 명 증가에 기여하면서 해당 근로 형태의 평균임금도 끌어내린 겁니다. (시간제 근로자 평균임금 92.7만 원→90.3만 원)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시간제 근로자를 제외하면 오히려 비정규직 임금이 전년동기대비 3만 원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고용·건강보험 직장 가입률 증가…고용 안전망 확대 노력 더 필요

있던 일자리 날아가고,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경기 회복을 통해 일자리를 더 만드는 노력과 함께 그나마 남은 일자리의 고용 안전망 역시 중요해졌습니다.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보험은 46.1%로 지난해보다 1.2%p 늘었고, 건강보험도 1%p가량 늘었습니다. 고용보험의 경우 한시적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는 증가했고 비전형 근로자는 감소했습니다. 이 역시 일용직의 급증에 따른 변화로 보입니다. 전체 노동조합 가입 비율은 12.3%, 비정규직은 3%로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정리하면, 코로나19 고용 충격은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미쳤지만, 그 한파는 옷이 더 얇은 비정규직에 더 큰 타격이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관심과 역할이 더 필요한 대목입니다.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 여건을 개선하면서 정규직 전환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올해 말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의 고용원칙과 불합리한 차별 금지 등을 담아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내놓겠다고 합니다. 이게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고용구조 개선 지원단'이라는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컨설팅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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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윤 기자(hwak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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