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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살며 월세 내는 격” vs “집값 올랐잖나”… ‘공시가 상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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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현실화율 90%’ 당정 합의…與, 중저가 1주택 재산세 인하 검토

“투기 아닌데도 징벌적 증세” “내집 꿈 접어야 하나” 불만 토로 이어져

세계일보

28일 서울 시내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월세, 매매 등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강화 방침을 꺼내 들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현재 50∼70%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오는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투기성 주택 보유자뿐 아니라 각기 사정을 지닌 주택 보유자에게도 ‘징벌적 증세’라는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3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당정은 국토부가 발표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으로 시세반영률(현실화율) 90%에 합의한 상태다. 오르는 현실화율에 따른다면 1주택자라도 고가 아파트를 보유했다면 향후 수천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시세 17억원)의 경우 보유세는 324만9360원에서 2027년 1153만4954원, 2030년 1314만2212원까지 치솟는다.

이들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나 법인은 세금 부담이 더 늘 수 있다. 고가 아파트뿐 아니라 시세 9억원 아파트 가격이 연 2% 올랐다고 가정할 때 2030년이면 회사원 월급에 맞먹는 약 340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90%에 따라 과세 부담이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회사원 박모(40)씨는 “월급 받아 생활하는데 한 해에 한 달 월급이 넘는 세금을 감당할 것을 생각하면 아득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에는 “내 집인데 월세 내고 살아야 하나”, “무주택자인데 세금 때문에 집 사는 꿈도 접어야 하나” 등 과세 부담을 토로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에 대해 “비겁한 증세, 용기없는 개혁”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전날(29일)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히며 “땅 부자, 빌딩부자 놔두고 왜 주택소유자에게만 높은 현실화 잣대를 대냐”면서 “집 가진 국민의 문 정권의 현금인출기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무분별한 재정 확대와 퍼주기 예산을 메우는 손쉬운 증세방식”이라며 “조세정책이 바뀌어도 자기 집에서 오래 거주하는 분들은 세 부담이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고, 점진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은 “65세 이상의 경우 재산세 납부능력이 없으면 매매·처분 시점까지 재산세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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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한정애 정책위의장(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값이 큰 폭 상승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시가격 90%’ 추진을 두고 일각에서는 ‘꼼수 증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준 지표로 활용되는 공시가격 상향이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실거주 한 채를 대출을 받아 구입했거나 집 한 채만 소유한 연금 생활자의 경우 과세 부담이 더해져 조세저항을 부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주택자의 경우 오른 보유세만큼 전·월세를 올려 받는다면 늘어난 과세 부담이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만 “집값이 오른 만큼 과세는 당연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비싼 집을 갖고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는 논리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일부는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 아파트 보유자는 소수이기 때문에 대다수 서민과는 무관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여당에서는 중저가 1주택자들에 대해 재산세 완화 카드를 꺼내며 부동산발 민심 이반을 달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저가’ 기준을 놓고 6억원에서 9억원까지 다각도로 검토 중인 가운데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해서도 1주택 장기보유, 고령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감면 제도를 내년부터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저가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인하 등이 자칫 중저가 주택의 구매 욕구를 부추겨 정책 효과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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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파트와 단독주택, 토지 등 부동산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기로 했다. 28일 오후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90%까지 맞추는 로드맵을 밝히면서도 “중저가 주택, 중산층에 해당하는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당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해왔다”며 “이번 주 내 당정협의를 통해 재산세 완화를 위한 결과를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주택공시가격의 현실화는 불가피한데 재산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정 간 심도 깊게 조율하고 있고 당 내에서도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당내에서 (재산세 인하 기준을) 9억원까지 상향 조정하자는 입장이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지방세인 재산세를 이와 같은 비중으로 올렸을 때 결국 지방정부의 세수가 줄어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의 조세근간 정책이 흔들리지 않는 방향에서 시장 상황과 조세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조세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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