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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다가오는 美대선, 反트럼프 나선 미국 과학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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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美 과학계, 이민 정책·예산·기후변화·코로나19 갈등보여

유권자 마음 돌릴지는 미지수…'기후변화' 과학보다 지지 정당따라 의견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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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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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11월3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가운데 과학·의학계 주요 학술지가 직·간접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창간 175년만에 대선 후보 지지 선언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4일 '네이처가 왜 조 바이든을 미국 대통령으로 지지하는가'라는 선언을 통해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고, 9월 미국의 유력 과학대중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의 경우에는 1845년 창간이래 175년 만에 대선후보 지지를 밝힌 것이다.

네이처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며 그가 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전문가의 의견 존중 Δ파리 기후협정 복귀 Δ미국환경보호국(EPA) 연구 역량 복원 Δ학생 비자 정책 무효화 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에 위해를 가하고, 미국뿐 아니라 타국에도 증오와 분열을 심었다"며 "바이든 후보는 연구의 가치를 존중하고 미국의 분열 된 글로벌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미국의 유력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은 8일 '리더십 부재중의 죽음'이라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미국 지도자들은 코로나19 위기를 비극으로 만들었다"며 마스크 착용 권고 논란, 초기 검사·추적 관리 등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보다 '오피니언 리더'(비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꼬집었다.

앞서 8월에는 유력 학술지 란셋 편집부는 사설을 통해 오바마케어 의료보험 정책(ACA)의 후퇴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하며 "논리와 정의가 다음 행정부에서 작동한다면 보편적 건강보험, 공정한 사회, 국제 협력이 이루어져 새로운 미국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학진흥재단(AAAS)가 발간하는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는 명시적인 후보 지지나 학술지 차원의 성명을 내지는 않았다. 다만 기고문과 보도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방역·과학 정책에 대한 과학계의 우려와 비판을 지속적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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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과학을 위한 행진''에서 과학계 종사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 AFP=뉴스1


◇후보시절부터 재임 기간 내내 이어진 트럼프-과학계 갈등

과학계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는 후보 시절부터 시작됐다. 경선 후보 시절부터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경쟁과정까지 백신과 자폐증이 연관 있다고 하거나, 인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위기를 부정해 과학계의 반발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반(反)트럼프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과학계도 4월22일 지구의 날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for science)을 조직해 환경 보호 예산 삭감 반대, 미국 국립 보건원(NIH) 예산 삭감 반대 등의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매년 의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에서 국방 관련 연구 예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구 예산을 삭감했다. 특히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환경보호청(EPA)의 연구예산은 30%~40% 삭감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의회에서는 이러한 행정부 제출 예산안도 불구하고 연구 예산 규모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의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과학계는 반대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등 7개국 출신자에 대한 90일 입국 금지 조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학계는 이 정책이 차별 정책인 동시에, 우수 인력 유입 및 협력을 방해해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반대 청원을 모았다. 이 청원에는 62명의 노벨상 수상자 포함, 4만3000여명의 연구자 3만1000여명의 미국 대학 교수진이 참여했다.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국 195개가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파리 기후 협약이 경제적으로 미국에 손해가 된다며 탈퇴를 예고하고 2019년 11월 탈퇴 절차를 강행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기후·생태학자들이 우려를 표했다.

앞서 학술지들이 지적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문가 홀대는 코로나19 위기 속 트럼프 대통령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의 엇박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파우치 소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료계와 과학계, 미국 외 국가의 방역 당국은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피했다.

8월에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확진자와 6피트(약 1.8m) 거리에서 15분간 함께 있었던 '밀접 접촉자'라도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당시 CDC는 앤서니 파우치 소장 등 전문가들이 지침 변경에 관여했다고 발표했지만, 파우치 소장은 지침 개정 회의 당시 전신 마취 수술을 받고 있어 회의에 참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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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기자회견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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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지지가 '트럼프 지지자' 마음 돌릴까?…'글쎄'

학술지 네이처는 23일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892명의 답변자 중 86%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감염병 대유행 대응을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는 인구학적 특성 조정 등이 이뤄진 설문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과학계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싱크탱크 '퓨 리서치 센터'가 2019년 8월 발표한 사회의 각 분야에 대한 신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86%는 과학자들을 신뢰한다. 이러한 신뢰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의 지지가 유권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와 같이 과학적 합의가 이뤄졌으나, 정치적 논쟁이 계속되는 주제에 대해서는 지지 정당에 따라 '당파적' 판단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퓨 리서치 센터는 미국인의 기후 변화 인식을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기후 변화 원인에 대한 믿음은 지지 정당과 이념 성향에 따라 분열됐다"며 "(기후변화 인식뿐 아니라) 정책에서도 지지 성향별 차이가 나타난다. 민주당 지지자의 대부분은 기후 정책이 경제에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변했지만, 공화당 기후 정책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라고 분석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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