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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트럼프 지지자들, 대역전극 주역될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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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일을 3일 남겨놓고 미시간주 등 주요 경합지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막판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수천∼수만 명의 청중이 운집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열기를 발산하고 있다. 이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유세장에 수백명이 모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한 채 전통적인 대중 유세를 재연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참석자들이 차량에 탄 채 참석하는 ‘드라이브인’ 집회 방식을 고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때 막판에 부동층을 대거 끌어모아 앞서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 그가 현재 여론 조사상으로 바이든에게 밀리지만, 막판 대중 유세의 열기를 투표장까지 끌고 가 다시 한 번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그의 ‘다이하드’ 핵심 지지층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무시하면서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무시하면서 대규모 군중집회의 열기를 한껏 뿜어낸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는 트럼프 집회 모습을 빼놓지 않고 생중계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저학력, 저소득, 농촌 백인 남성이다. 이들에게 트럼프는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변함없는 ‘록스타’이고, ‘영웅’이며 ‘구세주’이다. 미국 사회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와 자신들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이른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의 표본인 셈이다. 정체성 정치는 인종, 성별, 종교, 사회적 계급 등 여러 기준으로 분화된 집단이 각 집단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주력하는 정치를 말한다. 정체성 정치의 주체는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에 집중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드러낸다.

저학력, 저소득, 농촌 백인 남성은 고학력자, 고소득자, 도시 거주자, 여성뿐 아니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이민자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진보 성향의 민주당이 이끄는 정부가 이들 소수 인종과 여성을 우대하고, 복지 정책을 확대해 자신들의 파이 조각을 빼앗아간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는 이런 민주당 정권의 등장을 막아줄 ‘영웅’이고, ‘질서 수호자’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과 민주당을 ‘사회주의 세력’이라고 줄곧 매도하면 그의 지지자들이 광적인 환호를 보낸다.

트럼프 지지자 입장에서 바이든은 ‘트로이의 목마’라고 시사 매체 ‘애틀란틱’이 지적했다. 바이든이 백악관을 차지하면 여성과 이민자들이 목마에서 나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우려한다. 트럼프는 줄곧 ’가짜 뉴스’라며 언론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다. 트럼프 지지들은 자신들처럼 트럼프가 기성 언론에 호되게 당하고 있다며 동병상련의 감정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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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전에서 미국이 최악의 코로나19 피해국으로 전락한 데 따른 책임론으로 인해 시종 고전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유세장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트럼프를 열성적으로 응원한다. 주요 여론 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의 82%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책을 지지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존의 신념에 부합되는 정보나 근거만을 찾으려 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정보를 접하게 될 때는 무시하는 일종의 ‘확증편향’ 특성을 보인다고 애틀란틱이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막판까지 바이든에게 밀리고 있지만, 핵심 지지층의 응원 열기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숨기고 있는 ‘샤이 트럼프’ (shy Trump) 유권자가 대거 투표장에 나가면 2016년에 이어 2020년에도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릴 수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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