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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72년생 서경석도 봤다…34만 몰린 공인중개사 시험 40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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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1일 오전 8시30분 서울 은평구 구산중학교에서 열린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수험생들이 입장을 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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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집값을 보니 부동산을 알아야겠더라고요.”

31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은평구 구산중학교 정문에서 만난 전업주부 최모(39)씨는 한 손에 공인중개사 수험 서적을 든 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 나부터라도 먼저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라고 권유했다”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전국 460곳 시험장에는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34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부동산 불안에 역대 최다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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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8시40분 서울 은평구 구산중학교에서 열린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수험생들이 체온측정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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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집값과 전세대란 등 부동산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34만307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29만8227명)보다 약 5만 명이 늘어 1983년 공인중개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응시생이 몰렸다.

시험장에서 만난 수험생 대다수는 노후 대비와 함께 부동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응시 사유로 꼽았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실장이라는 윤모(55)씨는 “공인중개업이 미래가 그렇게 유망한 직종은 아니지만, 수요가 꾸준히 있고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10년간의 노후 대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뒤늦게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상담사 박윤도(57)씨는 “최근 들어 부동산 관련 대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규제는 계속 바뀌고 집값은 계속 뛰는 와중에 부동산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험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난 속 20대도 관심 가져



이날 시험장에는 후드티를 입거나 에코백을 메고 온 젊은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대학 졸업반이라는 조성현(23)씨는 “은행 쪽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취업 시장이 완전히 축소돼 취업이 쉽지 않다”며 “자격증이라도 하나 더 있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처음으로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시험을 보러 왔다는 박모(27)씨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평생직장으로 삼기에는 고용이 불안해 공인중개사를 준비하게 됐다”며 “이직을 할 때 디자인 경력과 부동산 지식을 살리고 싶어 내년 합격을 목표로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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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은평구 구산중학교에서 열린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수험생들이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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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고시는 옛말, 40대 서경석도 참전



공단에 따르면 올해 시험의 연령대별 응시생은 40대가 약 32%로 가장 많고 이어 30대가 29%를 차지했다. 응시생 10명 중 6명이 30·40세대인 셈이다. 특히 올해는 1972년생 개그맨 서경석씨도 시험에 응시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시험이 노후를 대비하는 ‘중년 고시’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는 옛말”이라며 “매년 꾸준히 20·30대의 젊은 응시생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시험은 강도 높은 방역 조치 하에 실시됐다. 수험생은 감독관 지시에 따라 한 줄로 서서 거리두기를 하며 차례대로 시험장으로 입장했다. 감독관은 전신 방호복을 착용한 채 비접촉식 체온계를 사용해 발열 검사를 했다. 이날 치러진 1·2차 시험의 합격자는 12월 2일 발표된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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