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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홍준표 "국민의힘 도살장 끌려가는 소같다, 사상 최약체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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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거침이 없었다.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계속 이런 식이면 퇴진 시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을 “서자”라고 비유하며 “당의 적장자인 내가 서자에게 입당(복당) 심사를 받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1시간가량 인터뷰를 진행한 그의 의원실에는 경남지사 때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의 사진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당시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나와 당선됐다.

별도 답변 준비자료 없이 인터뷰에 응한 홍 의원은 국민의힘 상황에 관해 묻는 첫 질문에 표정이 굳었다. 그는 “지금 나라가 무너지는 길로 가고 있는데 야당이 핵심을 못 짚고 있다. 역사상 최약체 야당”이라고 혹평했다.

중앙일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월 8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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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무엇이 문제인가.

A : “야당 지도부가 투쟁할 생각이 없다. 절박함이 없다.”

Q : 상임위원장 자리도 더불어민주당에 다 내줬는데.

A : “참 어이없는 짓을 했다. 그때 받았으면 올해 국정감사 때 7개 상임위 정도는 제대로 증인 채택을 할 수 있었다.”

홍 의원은 10월 2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떨어진 여론조사결과를 언급하며 “비상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를 물었더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태극기 세력까지 다 데려와 보수 우파 대통합을 해야 하는데 김종인·주호영 비대위 체제는 자꾸 쪼개기를 하고 있다. 쪼그라든 성을 만들어서 성주 노릇을 하겠다? 그러면 야당은 없어지는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홍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내놓는 정책이 중도좌파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홍 의원의 목소리는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조기 전당대회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커졌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런 식으로 계속 당을 끌고 가면 퇴진시키는 게 맞다. 국민의힘 103명 의원 중에 당을 끌고 갈 사람이 한 명도 없나. 그것도 안 하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끌려가니까 야당 지지율이 폭락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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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419호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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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복당 계획에 대해선 “나는 이 당의 적·장자다. 적·장자 내쫓고 서자를 데리고 왔는데 거기에 입당 심사를 받으라는 게 정상적인 절차냐. 때가 되면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얼굴을 붉혔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대해선 “지금 인물이 많다. 서울·부산 시민이 아닌 당 지도부 일부가 고르려니까 인물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의 서울시장 카드에 대해선 “우리 당에 와도 성공하기 어렵다. 서울시장 깜이 되느냐”고 반응했다.

Q : 우편향이 강해 외연 확장에 문제가 될 거란 말도 있는데.

A : “나는 반값 아파트 법, 국적 법(원정 출산 금지)을 만든 사람이다. 그거 좌파 정책인데 난 국민의 이익이 된다면 좌파 정책도 받아들일 수 있다.”

Q : 발언이 너무 직설적이다.

A : “직설적인 말이 싫으면 매일 거짓말하는 사람을 지지하면 된다.”

Q : 홍트럼프(홍준표+트럼프)라는 별칭에 대해선.

A : “트럼프처럼 비도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다. 난 진실한 말만 했지 막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난 대선 때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대한민국을 불과 4년 만에 이렇게 나락으로 끌고 갈 수도 있구나. 임기가 끝나면 이 엄청난 문제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정감사를 거치며 야권의 차기 대선 구도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혹평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2일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거론하며 “전후 맥락을 보면 검찰총장직을 사수하기 위한 말들뿐이지 정치를 하기 위해 준비한 말은 아니었다. 여러 모로 야권 대선 주자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IMF 때보다 더한 경제위기가 닥칠 텐데, 국민은 그때 소신있는 스트롱맨을 지도자로 원할 것입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현일훈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영상‧그래픽=김한솔·여운하·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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