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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낙선해도 또 도전하는, 정의당의 지역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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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후 이호성 정의당 서울 구로 지역위원장(52)은 블로그에 “약속드린, 새로운 진보정치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구로갑 총선에서 6722표(4.77%)를 얻어 낙선했다. 이 블로그에는 4월 16일 새벽 천왕역에서 낙선 인사를 하는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인영 의원(현 통일부 장관)이 당선됐다.

이 위원장은 4년 전인 20대 총선에서도 이 지역에 출마해 떨어졌다. 이 선거에서는 2894표(2.35%)를 얻었다. 블로그에 올린 그의 다짐대로라면 그는 2024년 22대 총선에서 세 번째 총선에 도전하게 된다. 이 위원장은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총선 출마는 상수”라면서 “총선 출마는 제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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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 정의당 서울 구로 지역위원장이 지난 4월 구로갑 총선에서 후보로 출마해 코로나19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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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권영길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권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을에서 처음 당선될 때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 위원장은 “당시 권 전 의원이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되자, 민주노동당의 실장급 동료들이 이 경험과 내공을 갖고 각자의 지역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서로 다짐했다”면서 “2008년 구로에서 뿌리내릴 때 자력으로 (배지 달고) 여의도에 가지 않는 한 (다른 일로) 여의도에 가지 않겠다고 주위 분들에게 아예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비례대표에 도전하는 분도 있지만 저처럼 지역구 돌파를 통해 진보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 끝나면 비용 일부 빚으로 남아”

이 위원장은 지역구에서 전자제품을 파는 ‘반품마트’라는 가게를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자,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역에 현안이 있으면 가게 문을 잠시 닫고 활동에 나선다. 이 위원장은 “총선 때 후원금으로 선거 비용을 대지만 일부는 빚으로 남는다”면서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어 다른 후보들보다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표현에 의하면 구로지역은 정의당이 활동하기에 다른 지역보다 더 수월한 곳이다. 2002년에는 민노당 소속 구의원이 처음 선출돼 재선까지 한 지역이다. 정의당에서는 이 지역에 현재 500여명의 진성당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제 나름대로 (당선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호 정의당 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위원장(45)은 2014년·2018년 지방선거에서 인천 동구 구의원에 출마해 연거푸 낙선했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세번째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3인 선거구제였으면 당선이 가능했으나, 2018년 지방선거 때부터 2인 선거구제로 바뀌는 바람에 아깝게 낙선했다”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김 위원장은 2414표(21.71%)로,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였고, 2위는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김 위원장은 2010년에 인천 동구지역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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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정의당 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위원장이 지난해 인천시청 앞에서 수소연료전지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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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으로서는 사회에 나온 후 처음 잡은 직업이 진보정당의 지역활동가였다. 당시 이 지역에서 진보정당의 구청장이 당선되면서 같이 활동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대학 시절 총학생회 지도부로 일했다. 1996년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연세대 시위 이후 수배를 받아 사회활동은 뒤늦게 시작했다. 진보정당의 지역활동가를 선택했지만 일부에서는 ‘구청장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길 때 왜 같이 안 갔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아르바이트와 강의 등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직 미혼이기에 이 정도 수입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경제적으로는 궁핍하지만 신념의 문제이기에 이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지역에서 지역위원회 사무국장과 부위원장을 거쳐 한달 전부터 위원장직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큰 정당이 있지만 지역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여러 군데를 다니다가 정의당을 찾게 된다”면서 “나이가 많은 분들이 지역에서 목소리조차 낼 수 없을 때 의원실을 찾아다니고 지역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핍하지만 신념으로 이 길 택해”

정의당은 4월 총선의 비례대표 선거에서 9.67%의 득표율을 얻었다. 인천 동구에서는 13.15%의 득표율을 올렸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약 22%를 얻었는데,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 높은 득표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 득표율보다 더 많이 얻어내는 것은 지역주민들을 열심히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평가”라면서 “정의당의 지역 정치는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서울 관악갑 위원장(49)은 1999년부터 지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총선에서는 3번, 지방선거에서는 3번, 후보로 출마했다. 한번은 중도에 사퇴했고, 5번의 본선 출마에 2번 당선됐고, 3번 낙선했다. 당선은 처음과 두 번째, 구의원 선거에서 이뤄졌다. 2014년 구의원 3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 위원장은 “통합진보당이 분당되고 난 뒤 첫 번째 치른 선거에서 처음 낙선했다”면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지역 기반을 좀 더 다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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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영 정의당 서울 관악갑 위원장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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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원 3선에 실패한 후 이 위원장은 구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후배를 위해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총선에 뛰어들었다. 이 위원장은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은 워낙 어려운 조건이라 당선이 힘들 것이라는 점은 이미 각오하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15년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이후 2016년 총선과 올해 총선 때 관악갑 지역구에서 잇달아 낙선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지역위원장인데 당에서 필요하다고 한다면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출마할 계획”이라면서 “이것이 지역위원장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방의회와 관련한 강의를 하거나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선거 때는 정치후원금으로 선거운동을 하지만 평상시에 지역활동가로는 경제적으로 힘들게 마련”이라면서 “그나마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올해 총선에서는 관악갑 후보이기도 했지만 이 위원장은 서울시당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정의당 후보가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지역 기반을 단단하게 갖춘 후보가 나오지 못한다면 당이 비례정당에 갇히게 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역이 바탕이 되어야 정의당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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