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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 `식재`(멋쟁이)들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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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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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몰랐던 북한 시즌2-8] 요즘 부쩍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옷장에 넣어두었던 옷을 꺼내 세탁하기도 하고 올 유행에 맞는 새로운 옷을 장만하기도 하는 등 겨울에 맞는 패션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겨울 패션을 준비하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처럼 유행이 한 시즌에 한 번씩 빠르게 바뀌지는 않지만 북한에도 유행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유행을 선두하는 사람들을 소위 '패션피플'이라고 부른다. 이를 북한은 '맵시군' '맵시쟁이' '식재(멋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늘은 최근 유행하는 북한의 겨울 패션에 대해 알아보자.

    학계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패션 유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라고 주장한다. 집단주의 체제에 맞게 비슷한 머리 모양과 유니폼과 같이 똑같은 의복을 강조하던 북한 당국이 1980년대 이후부터 의복 다양성을 조금씩 인정하고 장려하였다. 1990년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화를 겪으면서 북한 주민들이 패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유행을 이끄는 주체가 북한 당국에서 시장, 주민들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겨울 패션의 대표주자는 패딩, 바지, 동내의, 신발이다. 북한은 동내의(겨울 내복)와 춘추내의(봄에 입는 내복)로 구분하여 부른다. 한국보다 평균 기온이 낮은 북한에서 겨울철 동내의는 필수이다. 과거에는 겉옷 밑에 입는 옷이라는 의미에서 내복을 패션템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었다. 시장화 이후 북한 주민들이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서 내복의 컬러가 다양해지고 중국산, 한국산, 북한산 등 생산지도 다양하다. 겨울에 생일인 사람들이 생일선물로 많이 받는 것 중 하나가 내복이다. 그 정도로 내복은 북한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에서 유행하는 겨울 패딩은 뿌찐동복(한국의 롱패딩과 비슷한 것으로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입은 패딩과 비슷하다고 하여 부르는 북한 말), 기성동복(브랜드 패딩), 모피(모피코트), 유럽 동복(패딩) 등이다. 남성들은 주로 뿌찐동복을 입고, 여성들은 기성동복과 모피를 입는다. 주변의 북한 출신 친구들에게서 자주 듣던 이야기가 있다. "우린 한국에서 돈이 없어 모피를 못 입고 있는데 내 동생은 북한에서 모피를 입는대."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이지만 사실이다.

    2019년 겨울까지 북한의 도시, 함흥에 살았던 A씨는 가장 최근 함흥에서 유행하는 패션은 유럽 동복(패딩)과 유럽 신발이라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회사 브랜드 명이나 상품명을 부르기보다는 상품 모양이나 특징을 찾아 부른다. 유럽 동복은 외국 상품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동복은 모피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가격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환화 30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유행한다고 하여 일반 주민들이 유행을 쉽게 따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 부유층 사람들이야 유행에 맞게 옷을 사기도 하고, 패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일반주민들이 유행을 좇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행에 민감한 세대는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이다. 주변 사람들이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 본인도 사야 된다는 경쟁심리 때문에 집에 돈이 없는 사람들은 농작물을 팔아 어렵게 구하기도 한다. 철없는 아이들은 몇 날 며칠 부모님께 떼를 써서라도 원하는 옷을 사기도 한다.

    "식재 피우다 얼어 죽는다"라는 말은 추운 겨울 멋을 내려는 사람을 비꼬는 북한 사투리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북한에 있는 식재(멋쟁이)들은 유행의 선두에 서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할 것이다.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가 남에 있든 북에 있든, 때론 가난해도, 날씨가 추워도 패션니스타가 되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듯하다.

    [이성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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