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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곁가지인가, 몸통인가?…​김봉현 뒤 '라임 진짜 주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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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봉현 폭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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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의 몸통으로 지목된 것은 라임관계자들이 그를 '라임 살릴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그는 최근 옥중 입장문을 통해 본인은 '곁가지'에 불과하며 라임 사태의 몸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어쩌다보니 자신이 뒤집어 쓴 것일 뿐 '진짜 몸통은 국·내외에서 도피 중'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주장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는 누가 진짜 몸통인지를 가려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김 전 회장 외에 다른 '몸통'들이 있을 뿐 아니라, 그중에는 김 회장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도 분명히 있다는 견해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라임사건을 바닥부터 취재해 온 아주경제는 우선 드러난 '곁가지'를 더듬어 들어가 '라임 펀드의 출발점'을 되짚으면서 진짜 몸통을 찾아 보기로 했다. '누가 가장 이익을 보았는지'를 확인한다면 몸통을 찾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관계자는 "남부지법에서만 40명이 넘는 관련 피고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살펴봐야 할 '곁가지'가 그 정도라는 말로 들렸다.
라임 펀드는 누가 만들었나

라임 펀드를 만든 '주요 인물'로 꼽히는 사람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다. 그는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원종준 라임 대표 등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과거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다. 2014년 아시아머니가 선정한 아시아 베스트 퀀트 애널리스트 부문 등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라임투자자문이 자산운용사 전환을 준비할 때 회사에 합류했다. 이후 펀드를 설정하고 키웠다.

지난 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사장 재판에서 라임의 펀드 실무를 담당했던 전 직원은 "이 전 부사장이 펀드를 모자형 구조를 취하는 전략에 개입했다"며 "라임 펀드 환매가 중단된 원인 중 하나가 이런 구조 변경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펀드 돌려막기에도 관여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는 판매사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펀드'"라며 "신한금융투자의 지시에 따라 펀드를 만든 것"이라고 책임을 신한금투 쪽에 떠넘기고 있다. 그는 "임일우 신한금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장이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IGG는 라임펀드의 부실을 초래한 결정적인 원인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IGG는 정상적인 외형과 달리 '폰지사기'였다는 것이 최근 확인됐다.

실제로 이 전 부사장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주장도 법정에서 나왔다. 라임의 직원들은 대부분 해당 펀드가 신한금투 OEM펀드였다고 증언했으며 신한금투 PBS부서 전 직원도 펀드를 처음 만들 때 임 본부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신한금투 등 판매사는 총수입스와프(TRS) 등 금융기법 등을 이용해 라임에 돈을 빌려줘 더 많은 투자를 가능케 하는 등 문제를 키웠다. 또 부실을 인지하고도 계속 펀드를 판매하며 적극적으로 '금융사기'에 가담한 정황도 드러났다.

임 본부장은 라임 펀드 부실을 알고도 판매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임 본부장 측 모두 항소해 다음 달 9일 2심 첫 재판이 예정돼 있다. 임 전 본부장 부하직원 심 모 전 팀장도 라임 자금이 투자됐던 리드에 신한금융투자 자금 50억원을 투자해주는 대가로 명품가방 등 7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대신증권도 OEM펀드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달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라임펀드를 수천억원 판매한 장모 대신증권 센터장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펀드를 구성할 때 장 전 센터장의 요청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부사장은 검찰이 "장 전 센터장이 고금리 펀드를 만들어 줄 수 없느냐. 레버리지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확인할 테니 대신증권에서만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레버리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장 전 센터장은 다음 달 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라임자금은 어디로…돈 챙긴 회장님들

라임 피해액은 약 1조6000억 규모로 예상된다. 라임은 투자자들에게 받은 자금에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합쳐 1조7000억원가량을 4개 ‘모(母)펀드’에 나눠 넣었다. 펀드 2개는 해외 자산을 대상으로 2개는 국내 자산을 대상으로 투자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해외무역채권 등에 투자된 2개 모펀드(플루토TF-1호·크레딧인슈어드1호)는 총 4800억원가량이 투자됐다. 해당 펀드 플루토TF-1호는 실사 등을 통해 파악돼 손해가 확정됐고 100% 배상이 이뤄지기도 했다.

국내자산에 투자된 모펀드 테티스2호와 플루토FI-D1에는 약 1조2000억원가량이 투자됐다. 테티스2호는 2963억원을 국내 상장사의 전환사채 등 메자닌에 투자했고, 플루토FI-D1는 9391억원을 비상장사나 사모사채 등에 투자했다.

이렇게 국내자산에 투자된 모펀드에서 여러 회장님에게 돈이 나갔다. 올해 초 라임 관련 3대 회장으로 언급된 인물들이 있다. 김봉현 전 회장은 이들이 사건의 몸통이라고도 주장했다. 김정수 리드 회장,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메트로폴리탄의 김영홍 회장, 이인광 에스모 회장이다. 김정수 회장은 재판을 받고 있고, 김영홍 회장과 이 회장은 도주 중이다.

이들과 김봉현 회장은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수천억원까지 라임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금액을 빼돌린 것으로 예상되는 김영홍 회장은 메트로폴리탄을 통해 라임 펀드로부터 약 350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폴리탄은 자금을 필리핀 리조트 인수와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개발, 맥주 수입사업 등에 투자했다. 라임이 투자한 여러 회사의 CB를 재매입하는 역할에도 동원됐다. 라임 펀드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라임에서 메트로폴리탄에 투자된 금액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김영홍 회장이 라임의 ‘펀드 돌려막기에 가담하며 투자금 3500억원 중 상당금액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이 회장은 무자본 M&A 방식으로 여러 기업을 인수한 뒤 주가조작 등을 통해 횡령 등을 진행,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빼돌린 의혹이 있다. 그는 에스모와 에스모머티리얼즈·디에이트크놀로지 등 코스닥 상장 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했고 라임은 이들 기업에 2000억원 규모 펀드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수 회장은 2018년 리드 자금 44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잠적, 지난 7월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에서 그는 자신은 자산도 힘도 없다며 모든 일은 리드의 실소유주인 박모 리드 부회장이 저지른 일이라고 변론 중이다.

김정수 회장과 박 부회장은 이 전 부사장에게 라임 투자금 유치를 부탁하며 뇌물을 준 혐의도 받는다.

김봉현 회장도 라임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모빌리티와 향군상조회, 수원 여객 등에서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또 라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청와대 전 행정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한 혐의도 있다.

한편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람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며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 등을 준비없이 푼 것이 문제"라며 금융당국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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