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쓴 인종차별 자극 전략을 맹비난했다. 아울러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정권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적극적인 협력 자세를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했다.
CNN은 12일(현지시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쓴 786쪽짜리 회고록 '약속의 땅'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회고록은 오는 17일 출간될 예정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 존재로 백악관 속 자연스러운 질서가 방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위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할 때 트럼프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백악관 흑인'에게 겁먹은 미국인 수백만 명에게 트럼프가 인종적 염려에 대한 묘약을 약속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흑인 대통령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백인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혐오 정서를 부추긴 점을 비판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트럼프나 (공화당 하원의장이었던) 존 베이너나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이나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사실 유일한 차이라면 트럼프는 거리끼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비판 대상을 공화당 전반으로 넓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4월 자신이 하와이에서 출생했다는 기록을 공개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오바마 전 대통령이 케냐에서 태어나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음모론을 계속 퍼뜨렸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미국에서 출생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부시 전 대통령에게 인수인계받은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제도를 존경하기 때문이거나, 부친의 가르침 때문이거나, 자신이 겪은 정권 인수 과정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이거나, 아니면 기본적인 품위 때문이거나 부시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순조롭게 하려고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며 "때가 되면 후임자에게 똑같이 해주자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썼다.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난 3일 대통령선거 개표 결과에 대해 부정 투표를 주장하면서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는 "조는 품위 있고 정직하고 충성스럽다"며 "그는 평범한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고, 나는 상황이 어려워질 때 그를 믿을 수 있었다. 실망하지 않을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이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 반대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반박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냉정하고, 충분히 이성적인 평가를 했다"며 "해군 특수부대 헬기가 (사살·수장 임무를 모두 마치고) 이륙할 때 바이든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축하합니다, 보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이 작전에 반기를 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CBS가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는 것을 싫어해 선거 사기 주장을 밀어붙이는 것 같다"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밀어내는 것이다. 그곳은 위험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방송은 회고록 '약속의 땅' 출간을 앞두고 진행된 것으로 전체 영상은 15일 방영된다. 2006년 '아버지에게 받은 꿈들'과 2008년 '담대한 희망'에 이어 세 번째인 '약속의 땅'은 퇴임 후 첫 회고록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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