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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 “징용문제 지혜 짜면 잘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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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의원연맹 회장 지낸 4선 출신

작년엔 ‘강창일 해법’ 내놓기도

청와대 “양국관계 실타래 풀 것”

중앙일보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의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 한국측 강창일 회장(앞줄 왼쪽)과 일본측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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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새 주일대사에 강창일(68)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을 내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일본 스가 내각 출범을 맞아 대일 전문성과 경험, 오랜 기간 쌓아온 고위급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전 의원은 현 정부 세번째 주일 대사로 첫 정치인 출신이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학자(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와 외교부(현 남관표 대사) 출신 인사를 주일대사로 발탁했다. 남 대사가 부임한 지 1년 6개월밖에 안됐고,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받기도 전에 내정이 발표됐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었다.

강 전 의원은 도쿄대에서 석사(동양사학)·박사(문학)학위를 취득한 4선 의원 출신으로, 20대 국회에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일본통이다. 민주당 내에서 ‘비문(비 문재인계)’으로 분류됐던 그는 대일관계에서도 현실론을 앞세웠다. 지난해 5월엔 징용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보상에 참여하는 ‘강창일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엔 정부의 대일 정책을 공개 비판했다. 일본이 징용재판에 대한 보복조치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국가적으로 ‘반일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렸던 시기였다. 당시 의원총회에서 그는 “일본 아베 정권은 간교하고 치졸하다. 정치 논리를 경제 문제로 확산시켰다”라면서도 “대한민국 정부도 원칙과 명분에 집착하다 보니 시기를 놓쳐버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해찬 대표가 손가락으로 ‘엑스(X)’를 그리기도 했다.

강 전 의원 발탁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톱다운 정상외교를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대북 접근법을 갖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한·일관계를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의견일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박지원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의 판단도 같았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 이어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위해선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최근 방일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 이런 정부의 시그널을 전달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이번엔 ‘정치인 출신 일본통 대사’ 카드를 뽑아 든 모양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과)는 “정부는 내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북·미, 북·일 관계 등을 푸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첫 단추가 한·일 관계 복원”이라며 “스가 총리 역시 아베 정부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한반도 문제에 두고 있다. 올림픽이 코앞에 있기 때문에 한·일 관계 개선의 좋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 위안부 합의를 중재했던 것 처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강해질 한·일 관계 개선 압력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양국이 징용 등 현안과 관련해 진전된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드라이브 역시 단순히 보여주기식 제스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강 전 의원은 23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일관계가 어려울 때 임명돼 어깨가 무겁다”며 “강제징용 문제는 서로 입장차가 커 쉽진 않겠지만 대화하고, 지혜를 짜면 다 잘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강태화·김다영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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