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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공지능 일치율 1위는 48.9% 신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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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요즘 바둑계 키워드는 ‘인공지능 일치율’이다. 곡절 끝에 일단락된 김은지 사건도 AI가 제시하는 ‘정답’에 얼마나 가까운가에서 출발했다. 국내 상위권 프로들의 AI 일치율은 얼마나 될까.

한국 대표 AI ‘바두기’ 개발자인 이주영 박사가 최근 이 의문을 풀어줄 연구 자료를 내놓았다. 그는 고등과학원 교수이면서, 바둑 인공지능과 신약 개발을 타깃으로 하는 (주)굿인텔리전스 대표이사직을 함께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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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 리그 출전 톱기사들의 인공지능 착점일치율 평균은 약 40%로 나타났다. 사진은 48.9%로 최고 일치율을 보인 신진서.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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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한국 바둑 리그 본선 408경기에 출전했던 70명을 대상으로 잡았다. ‘바두기’ 최신 버전이 꼽은 최적점과 비교한 결과 일치율 평균이 가장 높은 기사는 국내 톱랭커인 신진서 9단으로 나타났다. 총 26국을 두어 일치율이 48.9%에 달했다. 신진서의 뒤를 이어 랭킹 4위 변상일이 48.3%로 2위에 올랐다.

박영롱 5단은 신진서 변상일보다 높은 53.9%로 전체 1위였으나 표본이 2판에 불과해 제외했다. 김창훈(2판·47.0%), 김현찬(1판·46.9%)도 같은 이유로 뺐다. 대국 수 14국 이상인 기사를 대상으로 일치율 상위권 기사들을 정리하면 별표와 같다.

일치율이 예상보다 낮은 것은 초반 포석 때 귀를 차지하는 수, 단수, 축(逐) 등 뻔한 대응 수는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 408국에 참여한 연인원 816명의 1국당 일치율 분포도를 보면 40~45%대가 197명으로 가장 많고 35~40%(166명), 45~50%(139명) 순이었다. 바둑 리그 전체 평균 일치율은 약 40%로 나타났다.

한 판 일치율이 64%를 넘는 대국은 신진서⋅홍성지⋅변상일⋅이지현 등이 총 5번 기록했다. 이주영 박사는 “최근 AI 치팅 혐의로 주목받았던 김은지·이영구전을 지난해 바둑 리그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흑(김은지)의 일치율이 74.5%로 나왔다”며 “약 1만분의 1 확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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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대상 중 일치율 상위 60판(54.5%~65.4%)의 승패는 57승 3패, 하위 60판(16.0%~30.5%)은 7승 53패로 나타나 일치율과 승률의 상관관계는 굳건했다. 이 자료는 시종 유리하게 이끌다가 막판 실수 하나로 무너질 수 있는 바둑의 특성도 함께 보여준다.

하지만 별표에서 보듯 기사 랭킹과 AI 일치율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한국 랭킹 2위 박정환은 일치율에선 간신히 10위 안에 든다. 3위 신민준 역시 42.9%로 평균을 약간 웃도는 정도에 그쳤다. 반면 진시영⋅홍성지⋅윤준상 등 20~40위권 기사들이 상위권을 점령했다.

이주영 박사는 이와 관련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치율과 승률이 따로 노는 것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지 않고 있다는 뜻도 된다”고 했다. 그는 AI를 더 효과적 방식으로 활용할 경우 더 높은 승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위권 기사로 신민준⋅이동훈⋅박정환 등을 꼽았다.

이주영 박사는 “기사들이 자신의 모든 수가 분석을 통해 수치화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AI 치팅 유혹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자료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논문으로 정리, 관련 학회 저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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