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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오바마 새 회고록 "원자바오는 노련, 후진타오는 졸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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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출간 버락 오바마 새 회고록에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만남은 졸려

준비한 원고 읽는데 만족하며 개성 없어

몸집 작고 안경을 쓴 원자바오 전 총리,

원고 의존하지 않고 사태 노련하게 파악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새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은 '졸린 사람'으로, 반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노련한 사람'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아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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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새 회고록에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은 사람을 졸리게 만드는 것이었고, 후진타오는 원고에만 의지해 말을 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는 23일 오바마가 지난 17일 낸 768페이지에 달하는 새로운 자서전에서 중국 문제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대목 몇 곳을 소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중국 지도자에 대한 평가다.

오바마는 당시 중국의 1인자인 후진타오에 대해 “어떤 개성도 없는 사람”으로 강한 카리스마의 지도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후진타오 주석과의 만남은 항상 그렇듯이 사람을 졸리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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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출판그룹 펭귄 랜덤하우스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펴낸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은 하루 동안에만 88만 7000부가 팔렸다. [AFP=연합뉴스]


“후진타오는 미리 준비한 몇 페이지 분량의 대화 요점에 의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만족해했다”며 “협상을 계속하자고 격려하고, 또 그가 말하는 ‘윈윈’ 협력을 강조하는 것 외엔 이렇다 할 다른 의제가 없었다”고 오바마는 말했다.

어떤 화제가 나오건 후진타오는 미리 두껍게 잘 준비한 원고에서 그 부분을 찾아 읽기를 좋아했고, 발언하다 잠깐씩 영어 순차 통역을 위해 말을 멈추곤 했는데 오바마는 늘 통역이 후진타오의 말보다 왜 긴지 의문이 들곤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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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위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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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바마의 발언 차례가 돼 말을 시작하면 후진타오는 측근이 준비한 문건을 들추며 대답할 말을 찾곤 했다고 한다. 이에 오바마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개인적인 일화나 농담을 던지면 그 결과는 ‘멍한 얼굴’을 보게 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서로의 시간 절약을 위해 그저 문건을 교환해 시간 날 때 보자고 건의하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오바마는 회고록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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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를 ’원고에 의지하지 않고 당시 위기를 노련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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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자바오와의 만남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몸이 작고 안경을 쓴 사람인데 말을 할 때 원고 초안에 의지할 필요가 없이 당시 위기에 대해 노련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당시 중국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중국인이 세계 질서의 주도권 탈취에 급한 모습이 아니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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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출간돼 첫날에만 88만 부 이상이 팔린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새 회고록 1권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평가는 들어있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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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바마는 첫 방중 때 호텔 방 안에 도청기와 불법 촬영 장치가 설치돼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고 말했다. 당시 미 상무부장으로 오바마를 수행한 중국계 미국인 뤄자후이(駱家輝)는 물건을 두고 와 호텔 방으로 돌아오니 두 명의 호텔 직원이 청소하는 것 외에 양복을 입은 다른 두 명의 남성이 책상의 문건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한다.

오바마 재임 기간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미국 내에선 오바마의 대중 무역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와 관련, 오바마는 2008년 터진 금융위기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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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7일 새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을 출판했고 책은 첫 날에만 88만 부 이상이 팔렸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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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2009년이나 2010년은 무역 전쟁을 할 수 없었다. 당시 나는 중국과 유럽 등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어떤 곳과도 협력해 글로벌 경제를 살려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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