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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핫이슈] 발등의 불 `종부세`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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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집값이 상승하며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한층 커지고 있다. 심지어 앞으로 몇 년간 종부세 부담을 합하면 증여세를 넘는 경우도 많아 자식에게 증여하는 빈도도 부쩍 늘었다. 사진은 3.3㎡당 1억원을 돌파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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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23일부터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에 들어가면서 '종부세 폭탄'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올해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뛴데다가 공시가격 현실화에도 속도가 붙어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8월 종부세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다주택자 종부세율이 배 가까이로 뛰고 1주택자 종부세율도 최고 0.3%포인트 오르는 만큼 1주택자들의 불만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주택·토지를 개인별로 합산해 공시가격이 일정 기준을 넘을 때 초과분에 대해 매겨 진다. 주택의 경우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 9억원,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6억원 초과분에 부과된다. 이미 서울 주택 평균가격이 10억원에 달해 대상자가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부터는 서울의 25개 구 전체가 종부세 대상지역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집값이 계속 상승하지 않고 현상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지는 만큼 종부세 대상은 더 늘어난다. 집값까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상승 추세를 잇는다면 종부세 대상은 물론 세액 자체도 폭증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징세를 담당하는 국세청 관계자들도 정부 방침에 따라 매년 종부세 세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마당이다.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서울시에 있는 공동주택 253만 가구 가운데 9억 원 이상인 곳은 28만1033가구로 11%를 웃돈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주택이 20만3174가구였던 것에 비해 8만 가구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집값 상승세와 공시가격 현실화가 덧붙여지면 1주택만으로도 종부세 부과 대상이 더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주택자까지 포함하면 서울시에서 6억원 넘는 공동주택 수는 24만5674가구에 달하니 종부세 부과 대상은 30만 가구에 육박할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지난해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59만5000명으로 세액이 3조3471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였는데 올해는 대상자가 22%나 늘어나 7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과 대상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종부세액도 22% 이상 늘어난 3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인데 일각에서는 서울 등지에서 대상자가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4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서울시 공시가격별 공동주택 현황'으로는 지난 6월 기준으로 서울시내 25개 구 가운데 동대문.강북.도봉.노원.금천.관악구 등 6개구만 공시가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이 한 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구에서도 올해 하반기에 집값이 폭등하는 과정에서 시세가 11억원대 중반 이상으로 튀어오른 곳이 속출한데다 공시가 현실화율이 높아지면서 얼마 안지나 공시가 9억원을 넘기고 종부세 대상에 편입될 것이란 예측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종부세 부담액이 2배 가까이 늘었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종부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다주택자를 차치하고 1주택자들까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값 급등 광풍 여파로 늘어난 세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 핵심지에 1주택만 갖고 있어도 종부세가 2배 가까이로 늘어나는 경우가 속출하다보니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징벌적 증세 폭탄을 퍼붓는 게 맞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법하다. 그나마 일을 하면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이들은 낫지만 은퇴한 고령자들은 급격하게 증가한 세부담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종부세가 강화되자 차라리 자녀에게 증여하는 편을 택하고 있다. 서울 핵심지로 꼽히는 곳에 2주택을 가진 사람이 주택을 앞으로 6년간 보유하면 보유세가 5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인데 차라리 증여세 4억원을 내고 자녀들에게 집을 넘긴다는 것이다. 어차피 상속할 것이라면 절세도 하는 편이 좋다는 판단일 테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잖았다는 것은 실제 통계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주택 증여가 11만9249건에 달했다.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건수라고 한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집을 팔라고 압박하려던 것이 부의 대물림을 가속시킨 꼴이 된 셈이다.

다주택자만 입이 나온 것은 아니다. 1주택자 가운데도 종부세가 급증한 경우에는 자기 집에 살면서 월세를 내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뒤죽박죽처럼 보인다. 한편에서는 신도시를 급조하면서 부족한 공급을 채워 주고 다주택자 징벌로 집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내집마련을 독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1주택자에 대해서도 세부담을 키우는 걸 보면 집을 팔기만 하고 사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린다. 적어도 투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1주택에 한해서는 세부담을 경감시켜줘야 일관성을 갖춘 정책이 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세제의 형평성을 엄격하게 따진다면 웬만한 집값을 웃도는 고가전세에 대해서도 그에 합당한 세금을 부담시키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도 타당한 면이 없지 않다. 6억원 짜리나 9억원 짜리 집을 소유한 사람과 10억원 짜리 전세에 사는 사람 가운데 누가 더 세부담을 많이 하는 게 마땅한지는 삼척동자에게 물어도 비슷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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