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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2만5860회 실험끝에 한국형 인공태양 'KSTAR' 1억度 20초 유지 세계 최초 성공...핵융합 기술력 세계 최고 달성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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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硏, 인공태양 KSTAR 실험 성과 발표
실용화 필수조건 ‘1억도’, 세계 최장시간 유지
미·일·중·EU보다 시작 늦었지만 단번에 선두
윤시우 센터장 "2025년 1억도 영구 유지 목표"

조선비즈

지난 23일 오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대전 본원 KSTAR 실험실에서 윤시우 KSTAR 연구센터장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윤 센터장 너머로 KSTAR 장치가 보인다. 이날 방문했을 때가 초고온 플라즈마 실험 직후인 관계로, 방사선 위험 때문에 윤 센터장이 서있는 위치보다 장치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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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핵융합 발전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지난 10여년간 2만5860여회의 반복 실험을 통해 이뤄낸 결과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은 지난 23일 오전 대전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초고온 플라즈마 환경을 2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20초는 세계 최초이자 최장 기록이다.

◇ 고난도의 초고온 플라즈마 유지 기술… 후발주자 韓이 美·日·中 제쳐

KSTAR는 원자핵을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 상태로 유지시켜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는 장치다. 에너지를 내는 방식이 태양과 같기 때문에 ‘인공태양’이라고 불린다. 지름 10m의 도넛 모양으로 생겨 그 속에 플라즈마를 담을 수 있는 용기 ‘토카막’과 부속장치들로 구성된다. 1995년부터 총 4180억여원을 들여 건설을 시작해 2007년 완공했다. 이 장치를 이용한 연구에 매년 300여명의 연구인력이 동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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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 전체 모습과 토카막 내부에 초고온 플라즈마(보라색)가 들어있는 모습을 표현한 사진(왼쪽 아래)./핵융합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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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발전은 수소 원자핵 2개가 합쳐져 헬륨 원자핵 1개가 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차세대 발전 방식이다. 핵융합 반응 전 상태(수소 원자핵 2개)보다 반응 후 상태(헬륨 원자핵 1개)가 질량이 더 작아지는데, 이 줄어든 질량이 에너지로 바뀐다.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것처럼, 같은 양(+)전기를 띠는 수소 원자핵들도 전기적 반발력 때문에 서로 잘 달라붙지 못한다. 반발력을 이겨내고 융합하려면 수소 원자핵이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 상태로 오래 유지돼야 한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물질 상태로, 고체·액체·기체를 넘어 ‘제4의 상태’로 불린다.

1억도의 플라즈마는 불안정해서 쉽게 붕괴된다. 불안정한 상태를 버텨내고 오랫동안 초고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실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1억도 플라즈마를 얼마나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융합 발전 기술력을 결정한다.

미국과 일본은 1999년에 이미 플라즈마 온도를 1억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유지시간을 늘리는 연구는 아직까지 진척되지 못했다. 미국·일본·유럽이 달성한 유지시간은 최장 7초 정도다. 2018년부터 중국의 핵융합 장치 ‘중형 초전도 토카막(EAST)’이 10초로 세계 최고기록을 보유해왔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2008년 처음으로 플라즈마 실험을 시작해 2018년 처음으로 1.5초간 1억도 플라즈마 유지에 성공했다. 그리고 2년 만인 지난달 세계 최장기록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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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별 초고온 플라즈마 유지시간. 기존에는 중국이 10초로 최장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핵융합연 제공



윤시우 KSTAR 연구센터장은 이날 "2만5860회의 실험을 통해 이룬 성과"라며 "반복 실험을 통해 플라즈마가 장치와 맞닿는 경계영역의 온도는 낮게, 실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내부수송장벽의 온도는 1억도 이상으로 높게 조절하는 기술 개선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KSTAR 플라즈마 실험은 2008년부터 매년 2000~3000회 수행돼왔으며, 1회 실험에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 2025년까지 영구 유지 목표… 日·EU, 대형 장치 신설해 맹추격

윤 센터장은 "다음 목표는 유지시간을 2023년까지 100초, 2025년까지 5분으로 늘리는 것"이라며 "유지시간 5분을 달성하면 24시간 365일 영구적으로 1억도의 플라즈마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1억도의 플라즈마 환경에서 수소 원자핵들은 끊임없이 서로 충돌하며 불안정해진다. 이 불안정 상태를 5분간 버텨내면 그 다음부터는 안정한 상태로 바뀌어 영구적인 핵융합 장치 가동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30년에는 핵융합 발전의 또다른 성능 지표인 플라즈마 밀도도 함께 높인 상태로 300초간 유지할 계획이다. 플라즈마의 온도와 밀도를 곱한 종합적인 핵융합 성능 지표인 베타(β) 값이 현재 3.0인데, 10년 내 3.5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핵융합연은 이를 위해 내년에 디버터의 재질을 탄소 대신 열과 충격에 강한 텅스텐 금속으로 바꿀 계획이다. 디버터는 플라즈마의 열이 장치를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다른 곳으로 빼주는 역할을 한다. 장치는 디버터 덕분에 1억도의 플라즈마를 담고 있음에도 섭씨 영상 50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내년 디버터 업그레이드에 1년치 플라즈마 실험 비용과 맞먹는 3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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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KSTAR 실험 제어실. 오른쪽 작은 화면에 이날까지의 누적 실험횟수를 뜻하는 숫자(27026)가 표시돼 있다./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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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가 이 같은 성과를 보였다고 영원히 세계 1등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선진국들의 본격적인 추격도 올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유럽과 함께 KSTAR보다 10배 큰 규모의 핵융합 장치 ‘JT-60SA’를 올해 초 완공했다. 본격적인 가동은 올해 말 시작돼 2025년부터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2030년까지는 KSTAR를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윤 센터장은 "2030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이용한 공동 연구성과가 나오면, 각 나라별로 이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적인 핵융합 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KSTAR 연구를 토대로 2030년 이후에는 실험 다음 단계인 실증장치 ‘데모(DEMO)’를 건설하고 2050년 이후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 기관 승격 맞춰 성과… 유석재 원장 "이제껏 인류 경험 못했던 일"

핵융합연은 기관 승격 후 첫걸음을 내딛는 시기에 대형 성과가 나와 내부적으로 고무적인 분위기다. 유석재 원장은 "1950년 초반부터 연구가 시작됐던 핵융합 발전 역사에서 이제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성과를 거뒀다"며 "KSTAR는 현재로서는 세계에서 최고 성능을 가진 핵융합 실험 장치"라고 말했다.

핵융합연은 지난 20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산하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독립된 연구법인으로 승격됐다. 연구소장이었던 유 원장이 초대 원장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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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대전 본원 화상회의실에서 온·오프라인으로 KSTAR 실험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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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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