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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종부세 폭탄’에 강남권 중심 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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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매도 고민 글 잇따라

“稅 부담에 집 팔고 전세 검토중”

매도·증여 놓고 고민하는 경우도

강남3구 매물 증가량 1∼3위

고점대비 1억이상 낮게 거래도

“서울 공급부족… 급락은 없을 것”



세계일보

올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영향으로 급등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배부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거래절벽을 맞았던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고 가격이 하락하는 단지가 속출하는 등 강보합세를 이어온 아파트 매매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시가격 인상으로 올해 새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 가구가 2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까지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던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올해 26만2000원의 종부세가 고지됐다. 강덕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도 올해 10만1000원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

고가 아파트의 경우에는 종부세 부담이 훨씬 커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는 종부세 부담이 작년 191만1000원에서 올해 349만7000원으로 거의 2배가 됐다. 작년 종부세가 402만5000원 고지됐던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의 경우에도 올해는 694만4000원으로 60%가량 더 많은 종부세를 내야 한다.

지난해 12·16 대책과 올해 7·10 대책으로 내년에는 더 높은 종부세율이 적용된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종부세에 부담을 느껴 매도를 고민하는 주택 보유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1주택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맞벌이하다가 아내가 임신해서 외벌이를 하는 중인데, 200만원짜리 종부세 고지서를 보게 됐다”며 “종부세 내고 아파트 원리금 대출 내면, 한 달 월급이 순삭(순간삭제)인데 집 팔고 전세로 옮기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종부세 부담에 매도와 증여를 놓고 고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 상승국면이라 투자 성격으로 경기도에 집을 마련했거나, 차후에 자녀가 결혼할 때 집을 해주려고 장만한 케이스들이 종종 매물로 내놓을지 증여를 하는 게 나은지 문의해온다”며 “양도세가 부담이 돼서 집을 못 팔겠다고 하던 분들도 막상 종부세나 재산세 고지서 받아들고 나면 마음이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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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권에서는 이미 매물이 조금씩 쌓이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매물증감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4만4622건으로, 2개월 전(3만9785건)보다 12.1% 늘면서 전국에서 세종시 다음으로 큰 매물 증가 폭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전체 자치구 중에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가 나란히 매물 증가량 1∼3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이들 지역에서 급매물이 종종 나오면서 고점 대비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지난 8월 24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 83.6㎡는 지난달에 23억5000만원, 이달 4일에는 22억35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는 매수세가 이어지며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59㎡는 지난 6월부터 매달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지난달 26일에는 매매가격 7억원을 찍었다. 경기 파주시 힐스테이트운정 59㎡는 최근 신고가가 7억2000만원인데, 한 달 남짓 지난 요즘에는 호가가 10억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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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23일부터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발송한 가운데 올해 새로 종부세 대상이 된 주택·지역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세무서 재산세과 직원들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작업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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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 세율이 내년 6월을 기준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주택 보유자들이 당분간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며 “서울 전체로 보면 아직 공급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양도세 부담 탓에 다주택자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내기 어려워서 당분간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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