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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7개 정보기관 지휘…여성 첫 ‘스파이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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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 지명자

여성 최초로 CIA 부국장도 지내

대북 압박 통해 비핵화 추구

한때 에로틱 문학 독서회 열기도

중앙일보

애브릴 헤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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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전환.”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가정보국장(DNI)에 애브릴 헤인스(51)를 지명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헤인스가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미국 최초의 여성 정보당국 수장이 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인수위는 “헤인스는 바이든 당선인과 10년 이상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헤인스는 인수위가 공개한 소개 영상에서 “나는 공직에서 일하는 것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일궈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유리 천장을 깼다. 여성 최초로 CIA 부국장(2013~2015년)을 역임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 수석부보좌관(2015~2017년)을 지냈다. 대통령의 주요 국가안보 고문에 임명된 첫 여성이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그가 외교·안보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사실 오래 되지 않았다. 그는 1969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는데, 부모가 모두 과학자였다. 어머니는 과학자에서 미술가로 전향했고, 결핵에 걸려 헤인스가 십대이던 시절 세상을 떠났다. 그 역시 처음에는 과학자의 길을 걸었다. 시카고대에서 물리학 학사학위를 받고,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중앙일보

애브릴 헤인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물리학에 지쳤다”며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남편과 함께 북카페를 열었다. 어머니의 이름을 딴 ‘아드리안’ 북카페의 벽면은 유화로 가득 채웠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에로틱 문학을 읽는 이색 독서모임을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당시 영국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에로틱 문학이 널리 퍼진 건 사람들이 성관계를 하지 않고도 성관계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독서회를 여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법학으로 또 전공을 바꿨다. 1998년 조지타운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해 2001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이후부터 법률가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바이든 당선인과 인연을 맺게 됐다. 2003~2006년 국무부 법률 고문실에서 일했고, 2007~2008년 바이든이 위원장으로 있던 상원 외교위원회의 부고문을 역임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대북정책에도 깊이 관여했던 헤인스는 국제사회가 일관된 대북 압박을 통해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17년 브루킹스연구소가 연 토론회에서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와 다른 조치들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강해지면서 김정은 정권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며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고,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핵무기 개발 동결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국가정보국장(DNI)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해 국방부·재무부·국토안보부·에너지부 등 정부 부처 산하 17개 정보기관을 지휘 감독한다.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사령탑이다. 미국 언론에선 ‘스파이의 수장(spy chief)’ ‘최고 스파이(top spy)’로도 불린다. 산하 기관의 정보를 취합해 매일 아침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기밀문서인 ‘대통령 일일정보 브리핑(PDB)’을 작성한다.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정보기관 간 조율·통솔의 필요성이 제기돼 2005년 만들어졌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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