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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긴 호이안” 사진 올리면… 현지인도 깜빡 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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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다 더 현지같은 동남아 식당 인기

코로나 시대 해외여행 기분내기에 그만

식재료뿐 아니라 식기-조명도 공수해 와

베트남 중부 다낭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항구도시 호이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옛 시가지의 노란색 전통 가옥으로 유명하다. 밤이 되면 상점마다 각양각색의 등불이 화려한 야경을 펼친다. “호이안은 개항지라 해외문화 영향을 가장 빨리 받은 곳이기도 해요. 옻칠한 나무 바닥은 호이안 전통이지만 바닥 타일은 프랑스, 천장은 청나라식, 창살은 일본풍으로 혼합돼 재미있죠.”

서울 마포구 연남동 베트남 식당 ‘반미프엉’ 김종범 사장의 설명대로 이곳은 ‘서울 안의 작은 호이안’이다. 3층짜리 건물 안팎을 호이안 전통가옥을 본뜬 덕에 인력거 앞에 서는 순간 호이안 옛 도심 한복판으로 공간이동한 것 같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뒤 서울의 베트남인 사이에 인증사진을 찍고 “베트남에 돌아왔다”고 올리면 베트남 지인들까지 속는다고 입소문 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졌지만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현지식으로 재현한 식당에서는 얼마든지 여행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반미프엉’은 베트남 ‘3대 반미(베트남 식 샌드위치)집’으로 꼽히는 호이안 ‘반미프엉’에서 레시피를 직접 전수받았다. 2년간의 설득 끝에 프엉 사장이 직접 와서 삭힌 두부, 샬롯(베트남 양파) 등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의 대체재까지 찾아줬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탄생한 반미의 핵심은 쌀가루가 들어가 바삭바삭한 바게트다. 이곳에서는 매일 쓸 빵을 직접 굽는다. 중부지방 반미에는 향신료 팔각과 정향, 카다몬 등을 넣은 매콤한 칠리소스를 넣기 때문에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망리단길 ‘라오삐약’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라오스 음식 전문점. 라오스 글자 간판에 통창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라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낸다. 내부는 라탄 실링팬과 전통 등(燈)으로 꾸며져 있다.

“라오스는 지리적으로 서쪽에 태국, 동쪽에 베트남이 있다보니 음식이 완전히 다르진 않아요. 하지만 우동과 쫄면 사이처럼 특이한 식감의 ‘카오피악센’(닭 쌀국수)처럼 라오스만의 특색 있는 음식도 많아요.”

대학 동문인 정효열 씨와 식당을 운영하는 원성훈 씨는 “여행 갔다 카오피악센을 먹고 반해서 6개월에 걸쳐 현지 맛집을 찾아다니며 레시피를 배웠다”고 말했다. 라오스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오픈 주방으로 꾸몄고 식기, 조명 모두 현지에서 공수했다. 쌀가루로 직접 제면도 한다.

카오소이(돼지고기 쌀국수)는 매콤한 감칠맛이 나는 국수다. 고수를 듬뿍 넣은 뒤 연유와 태국의 농축우유로 제조한 달달한 라오스 식 아이스티와 먹으면 찰떡궁합이다. 원 씨는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식재료 때문에 육수 맛이 현지와 다른 부분은 셰프 출신, 주한 라오스대사 부인의 도움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귀띔했다.

태국음식은 한국에서 대중화된 편이지만 이태원 ‘쏭타이’는 맥주 ‘타이거’가 진열된 테라스와 현지어로 제작된 대형 간판까지 방콕 느낌을 물씬 풍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태원의 작은 카오산’이라고 불린다. 방콕에 즐비한 부티크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도 난다.

조근형 매니저는 “인테리어부터 음식까지 주로 방콕의 질 높은 호텔 음식을 참고로 했다”고 했다. 방송인 홍석천 씨가 운영한 ‘마이타이’ 등에서 일한 이들이 독립해 선보였다. 대부분 메뉴를 비건(채식주의) 식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콩 단백’ 고기와 야채류를 사용한 비건 팟타이, 그리고 두유와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마카롱.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태국음식을 비건 식으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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