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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옐런, 적극적 재정지출 옹호… 추가 부양책 기대한 美증시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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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시대]美 역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

동아일보

시장들과 화상회의… 활짝 웃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 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미 주요 도시 시장과의 화상회의 도중 탁자 앞 의자에 팔짱을 낀 채 앉아 활짝 웃고 있다. 이날 미 연방총무청(GSA)은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고 정권 인수인계 업무를 공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달 7일 대선 승리를 선언한 지 16일 만이다. 윌밍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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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설립된 미국 재무부가 231년 만에 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74·사진)을 차기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할 예정이라고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의회 인준을 통과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최초의 여성 중앙은행장,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최초의 여성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연거푸 유리천장을 깬 그가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란 기록까지 세우는 셈이다. 재무부는 국방부, 보훈부와 함께 여성 수장을 배출한 적이 없는 미 행정부 내 3개 부서였다. 바이든 당선인이 옐런 전 의장을 발탁한 이유는 2010년부터 8년간 연준 부의장 및 의장 자격으로 세계 금융위기 후폭풍 극복에 앞장선 경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거리는 미 경제의 구원투수에 적격이라고 여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그가 민주와 공화 양당, 민주당 내 주류와 강경 진보, 월가와 재계 모두 환영할 만한 온건 중도파 인사인 데다 이미 연준 의장 임명 당시 의회 인준을 통과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인준에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점 등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높다.

WSJ는 옐런이 주요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평판이 좋다는 점 또한 낙점 요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줄곧 강조한 동맹 중시, 다자주의 외교 복원 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그의 낙점 소식이 알려진 23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하며 새 재무장관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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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은 옐런이 적극적 재정 지출을 옹호하는 케인스주의자인 만큼 현재 양당 대립 등으로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코로나19 경기부양안 타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과거 “경제 여건이 취약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우려해 지나친 긴축 정책을 펴면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대규모 재정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대량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의회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경제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추가 부양책의 빠른 집행을 강력히 권고했다.

옐런은 평소 급진적인 경제정책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금융감독 강화, 탄소배출세 도입 등 강경 진보가 선호할 만한 정책에도 관심을 표하고 있다. 2018년 연준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신의 정치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바이든 캠프에 경제 정책을 조언해왔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측과 바이든 후보 개인에게 각각 4만4000달러, 2800달러를 후원했다.

1946년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옐런은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노동경제학 전문가다. 예일대 당시 외환거래에 부과되는 ‘토빈세’를 주창한 현대 경제학계의 석학 제임스 토빈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경기 침체 때 정부가 적극 돈을 풀고 특히 고용을 통해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토빈의 성향이 제자 옐런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하버드대 조교수, 연준 이코노미스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 연준 부의장 등을 거쳤고 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최초의 여성 연준 의장에 등극했다. 의장 재임 중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노동시장 개선을 이끌어 미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했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그는 금융시장과는 늘 절제되고 단호한 언어로 소통했다. 본업인 통화정책뿐 아니라 여성의 노동 참여, 소득 불균형 등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남편은 중고차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다룬 ‘레몬 이론’으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교수(80)다. 두 사람은 공동 집필도 여러 차례 했으며 아들 로버트 또한 영국 워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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