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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性愛소설 낭독회’ 열던 책방주인, 美 17개 정보기관 총괄 수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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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I 국장 헤인스는 누구인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 시각)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한 애브릴 헤인스(51)는 독특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국가정보국은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기관 17개를 총괄하는 곳으로, 여성이 이곳 수장이 되는 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깼다. 오바마 행정부 때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CIA 부국장에 임명됐고,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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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995년 20대 중반의 헤인스는 볼티모어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성애소설 낭독의 밤'도 주관해 지역사회에서 유명인사가 됐다./볼티모어 선


그러나 그의 20대 삶은 이와는 무관했다. 뉴욕시 맨해튼 출신으로 과학자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시카고대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직접 비행기를 몰고 유럽을 가는 꿈을 이루고자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땄고, 나중에 남편이 된 훈련 교관과 함께 1961년산(産) 낡은 세스나 경비행기를 샀다. 두 사람이 탄 비행기는 대서양 상공에서 엔진 두 개가 다 꺼졌고, 활공 끝에 가까스로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외딴 비행장에 불시착했다.

이후 그의 관심은 책방으로 바뀌었다. 경비행기를 팔고 은행 대출을 얻어 볼티모어에서 시작한 북카페는 큰 성공을 이뤘다. 1995년 지역 유력지인 볼티모어 선은 그의 서점이 매달 여는 ‘에로티카문학의 밤’을 크게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헤인스는 볼티모어 선에 “사람들이 실제 성(性)관계 없이 성관계 경험을 원하고, 일부일처(一夫一妻)제에 새로운 판타지를 넣으려고 에로티카 소설을 더 찾는다”고 했다. 책방이 큰 성공을 거두자, 은행에서는 추가 융자 제공을 제안하며 책방을 몇 군데 더 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때쯤 헤인스는 법률가들의 모습에 반해 조지타운대 로스쿨에 진학해 2001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무부 법률팀에서 일하던 그는 2007~2008년 조 바이든이 위원장이던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면서 바이든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오바마 대통령 눈에 띄어 2013년 CIA 첫 여성 부국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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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정부에서 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 시절의 헤인스. 그는 이제 전 세계 최고의 정보를 총괄하는 미국의 정보 수장이 됐다./사진 출처=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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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가에서 헤인스는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아 “너무 공손하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때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게 늘 “법무장관님”이라고 불러, “에릭으로 불러달라”는 주의를 받곤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여성으로선 최초로 CIA 국장에 지나 해스펠(62)을 임명했다. 바이든이 해스펠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헤인스는 해스펠 보고를 받게 된다. 미국에선 처음으로 여성 CIA 국장이 여성 DNI 국장에게 보고하게 되는 것이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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