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野가 먼저 꺼낸 재난지원금 3조6000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의힘, 내년 예산에 편성 제안

국민의힘은 24일 국회에서 심의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3조6000억원의 ‘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편성해 처리하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정의당도 재난지원금 예산을 편성하자고 했다. 그동안 여당이 주도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야당 주도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추진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난색을 표했다.

조선일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당 회의에서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는 택시, 실내체육관, 학원, PC방 등 피해 업종 지원과 위기가구 긴급 생계 지원을 위해 3조6000여억원의 재난지원금을 필요한 곳에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 의장은 등교가 제한되는 초·중·고교생에 대해서도 긴급돌봄 지원비를 20만원씩 지급하자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과도한 뉴딜 사업 예산을 삭감하면 예산은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거리 제한) 2단계 격상에 따라 내년에 더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본예산에서 추가적으로 (지원)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3차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게 되면 내년 상반기 또는 훨씬 더 이른 시간 안에 추경이 필요할 것”이라며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은 즉각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 의장은 통화에서 “K-뉴딜 예산을 깎고서 재난지원금 예산을 집어넣자는 야당 주장은 절대 받을 수 없다”며 “일단 야당이 본예산에 대해 합의하고 난 뒤 얘기해 볼 문제”라고 했다.

정의당도 與공수처법·신공항법 막아섰다

정의당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결정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이 당헌(黨憲)을 뒤집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데 이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에 나서자 반대 의견을 낸 데 이어 공수처법 개정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의원도 나왔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같은 이슈에선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며 민주당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번번이 민주당과 보조를 맞춰 ‘민주당 2중대’라는 소리를 들었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김종철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정의당이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정의당 이은주(왼쪽부터), 강은미, 장혜영, 배진교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혜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개정하려는 데 대해“명분도 실리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장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해 공수처법을 처리할 때 가장 큰 명분은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이었다”며 “공수처를 설치도 하기 전에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국회가 웃음거리가 된다”고 했다. 야당 추천위원(2명) 반대로 공수처장 후보 선정에 실패하자 민주당이 후보 추천 요건을 현행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동의’에서 ‘5명 이상 동의’로 바꾸려는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정의당은 지난 10월 김종철 대표 취임 이후 쟁점 사안마다 민주당을 비판하거나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지난달 전(全) 당원 투표를 통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하자 “당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서도 “정부 정책이 호떡 뒤집듯 정치적 이익으로 가선 안 된다”고 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공항 ‘표(票)’퓰리즘”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작년 9월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여당 편을 들어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자신들이 원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여당의 공수처법 강행 처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 비례 위성정당 창당에 나서면서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 효과도 거의 보지 못했다. 이에 정의당 내부에서도 “정의당이 정의롭지 못하고 실리도 잃었다”는 반발이 빗발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진보 정치 2세대 리더로 꼽히는 김 대표가 민주당 2중대 꼬리표를 떼어낸 ‘뉴(new)정의당’ 구축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당대표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민주당 2중대를 벗어나겠다”고 공언했다. 김 대표의 이런 기조는 진보 진영 안에서 당세(黨勢)를 넓히려는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당은 최근 “성평등 선거, 반(反)성폭력 선거의 원칙 아래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민주당 심판론’으로 치르겠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일부 이슈에서는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21대 국회 ‘1호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민주당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국민의힘과 공조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0일 정의당과 함께 정책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입법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코로나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에 대해선 정의당도 “정부가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여권 관계자는 “정의당이 ‘세대교체’를 통해 이전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민주당을 압박해 실제로 정책 성과를 내느냐가 과제”라고 했다.

[선정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