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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안 먹은 배달 음식' 가짜 후기 1건에 1500원…"리뷰를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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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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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와 A씨와의 대화 /사진제공=A씨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및 비대면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 사용후기(리뷰) 조작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정확한 선택을 어렵게 하는 가짜리뷰가 'SNS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저는 리뷰 잘 안 믿어요"

강원도 강릉에 거주하는 A씨(30)는 최근 유명 배달앱을 통해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초밥집에 주문을 넣었다. 배달 주소지는 당시 있던 강릉이 아닌 천안. 2만원어치를 시키고 '만나서 현금 결제'를 택했다.

배달 완료가 떴지만 강원에 있던 그는 돈을 내고 음식을 받지도, 먹어보지도 않았다. 그가 받은 건 1500원. 먹지도 않은 초밥이 맛있었다고 두줄 리뷰를 남긴 것에 대한 대가였다.

'배달 완료'가 뜨면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헛점을 이용해 식당이 허위 주문을 받고 가짜 리뷰를 작성케한 것이다.

A씨는 "'주문 많은 순'으로 분류되기 위해 마케팅대행사가 특정 시간에 일괄 주문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면서 "가짜 리뷰를 작성해보니 리뷰를 잘 믿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지금도 이 식당은 별점 4.8에 '주문 많은 순' 순위권이었다.


배달만이 아니다…곳곳에 허위 리뷰

허위 리뷰는 배달음식을 비롯해 온라인 상거래 영역 전반에서 작성된다. 옷처럼 '만나서 현금결제' 방식을 택하기 어려운 상품의 경우 결제 후 평을 남기면 돈을 되돌려준다. 구매 비용은 들지 않고 상품 배송조차 안했지만 구매내역은 남아 허위 리뷰 작성이 가능하다.

A씨가 이용하는 B 마케팅대행사의 경우 지도·쇼핑앱 SNS 등에서도 리뷰 작업을 한다. '체험단'으로 불리는 허위 리뷰 작성 인원들을 모집하고, 댓글 하나당 작업비 500~1500원을 제공한다. 파워 블로거나 SNS 팔로워가 많은 이들을 통한 마케팅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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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사 카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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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 공식 홈페이지에는 홈페이지 제작, 마케팅 이미지 제작 등이 주요 사업으로 적혀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B사 체험단' 이름으로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지역·플랫폼·상품별로 허위 리뷰 작성 인원을 모집한다.

다른 C사의 경우 블로그에 "리뷰·평점은 매출로 이어져 (관리가) 필수"라면서 "사장님이 소비자라면 리뷰 100개 업체와 30개 신규업체 중 어디를 이용하겠나"는 말로 자영업자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A씨는 "이런 업체가 한두군데가 아니다"라면서 "내가 알던 곳만 10곳인데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혔다. A씨는 죄책감에 현재 허위 리뷰 작성을 그만둔 상태다.

전문가들은 허위 리뷰가 시장을 교란시킨다며 발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 때 선택의 폭이 넓은 대신 상품을 신뢰하기가 어렵다"면서 "구매 후기는 소비자들끼리 서로 돕기 위한 목적인데 진정한 후기가 사라지면서 시장을 많이 왜곡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 시장이 점점 커지는데 시급하게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는 허위 리뷰를 막겠다는 규정은 있으나 적발할 인력이 부족하고 처벌 수위도 약하다"고 덧붙였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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