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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TF초점] '택진이형'과 양의지의 '찐야구' NC 우승, 그 이상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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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가운데 NC 우승이 확정되자 포수 양의지(왼쪽)와 투수 원종현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고척=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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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우승' 원동력은 NC 다이노스 창단 김택진 구단주 열정과 양의지 리더십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스포츠는 감동이다.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선수들의 눈물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치열하게 경쟁을 펼친 경기에서 패자가 승자를 축하해주는 모습 또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지고도 결과를 승복하지 않는 미국 정치판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장면이다.

한국 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구단' NC 다이노스가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KS) 우승까지 이루며 창단 9년 만에 프로야구 통합우승의 쾌거를 이룩하면서 두 남자의 '찐 야구 열정'이 눈길을 끈다. 바로 선진 야구 모델을 적극 수용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은 '택진이형' 김택진(53) 구단주와 한국시리즈 사상 처음 서로 다른 팀 소속으로 두 차례 KS MVP에 오른 주장 양의지(3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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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한 NC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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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6차례 경기를 빠짐없이 현장에서 직관하며 선수들을 응원한 김택진 구단주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포스트시즌 KS 6차전에서 NC가 두산 베어스를 4-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통합우승을 확정한 뒤 마운드에서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양의지 또한 6차전 승리가 확정되자 그라운드에 누워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이 확정되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날 우승 세리머니가 유독 감동을 안긴 것은 바로 두 남자의 '찐야구 열정'이 양념으로 버무려졌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게임 개발사 및 퍼블리셔 기업인 NC소프트를 일군 김택진 구단주는 2011년 NC 다이노스를 한국 프로야구 9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이후 9년 만에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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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두산에서 KS MVP를 받은 양의지는 4년 뒤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다시 KS MVP에 올라 두 팀에서 KS MVP를 두 차례 수상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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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는 지난 2016년 창단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라 두산에 4연패로 맥없이 무너진 뒤 와신상담, 바로 그 치욕을 안겨준 팀을 상대로 설욕하며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감동을 만끽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사령탑이자 '최강 두산'의 기초를 다진 ‘달감독’ 김경문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중앙일보 스포츠 기자 출신의 이태일 평론가를 초대 사장으로 영입하며 선진 야구 수혈에 앞장선 김택진 구단주의 투자와 철학이 드디어 빛을 본 것이다.

김경문 감독과 이태일 사장 체제의 NC는 2012년 퓨처스리그 참가에 이어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리그에 뛰어들며 신선한 구단 운영으로 야구계의 눈길을 끌었다. '두산 DNA'를 일부 접목한 NC는 신생팀답지 않게 2013년 1군 첫 시즌 4할대 승률로 9개 팀 중 7위에 오른 뒤 2014년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 2015년 플레이오프에 진출, 2016년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년 뒤 한국시리즈 아픔을 뒤로 하고 다시 도전한 2020 한국시리즈에서 게임회사답게 '집행검'을 높이 든 NC선수들은 마침내 마운드에서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치며 감사를 나타냈다. 김택진 구단주의 야구단에 대한 애정과 적극적인 투자는 NC가 짧은 시간 만에 최고의 팀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힌다. 지난달 NC의 정규시즌 우승을 현장에서 함께하기 위해 전국일주를 했던 김택진 구단주는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부터 6차전까지 '출첵'하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높였다.

NC우승에는 또한 '청부사' 양의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젊은 구단' NC 다이노스의 포수이자 주장 양의지는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위기에 몰렸을 때 흔들리는 선수들을 소집해 정신력을 다졌을 뿐만 아니라 4차전 결승타, 5차전 쐐기 투런홈런을 날리는 활약으로 기자단 투표 80표 중 36표를 얻어 2020시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팀 동료 드류 루친스키(33표), 나성범(1표)을 제쳤다. 양의지는 타율 0.318(22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2016년 생애 처음으로 KS MVP를 수상한 양의지는 당시 상대였던 NC 유니폼을 입고 다시 친정팀을 상대로 KS MVP에 올라 KBO리그 사상 다른 팀 소속으로 2번이나 MVP를 받는 1호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KS MVP 2회 수상자는 김용수(LG·1990, 94), 이종범(해태·1993, 97), 오승환(삼성·2005, 2011) 등 3명이 있지만 모두 같은 팀에서 받았다.

공수에서 모두 최고로 평가받는 양의지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친정팀' 두산 타선을 무려 25이닝 동안 무득점의 늪에 빠뜨진 주역으로 꼽힌다. 송명기 등 어린 투수들을 마운드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드를 할 뿐만 아니라 타석에서도 불방망이를 자랑하며 팀 우승에 공헌했다.

2018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125억원에 NC로 팀을 옮긴 양의지는 2018년 최하위 NC를 지난해 5강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으며 올해는 주장과 함께 4번 타자로 활약하며 김택진 구단주의 기대에 보답했다. 양의지는 24일 한국시리즈 6차전 9회 초 2사에서 두산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마운드로 달려가 마무리 원종현을 끌어안고 기쁨을 함께했다.

양의지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감격을 억누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의지 시리즈'로 불린 정도의 중압감 속에서 마침내 결과를 이뤄냈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양의지는 이내 감정을 추스리고 선수들이 둘러싼 마운드에서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선사한 모형검(엔씨소프트 대표 게임 리니지의 강력한 무기 '집행검')을 번쩍 들어올렸다.

양의지는 "지난 시간들이 생각이 많이 나서 눈물이 났다. 한국시리즈인데 양의지 시리즈라고 해서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면서 우승 소감을 밝혔다.

두산 선수들은 경기 후 3루 파울라인에 일렬로 서서 NC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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