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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준생 목숨 빼앗은 보이스피싱 전달책 부부 '무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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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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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20대 취준생의 목숨을 앗아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전달책인 중국인 부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이들이 전달책 역할을 했다는 것을 완벽하게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 부부가 무등록 환전소를 운영하면서 중국 등 동남아로 62억원을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등)는 인정, 실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형사 제1단독(이의석 부장판사)은 25일 사기 방조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7·남)에게 징역 2년6개월, 그의 아내 B씨(36·여)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3100만원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중국 국적인 두 사람은 무등록 환전소를 운영하면서 지난해부터 인출책을 통해 전달받은 돈을 중국 총책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에게 전달한 돈만 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날 전달책 부부의 사기 방조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보이스피싱을 용이하게 도운 것은 의심이 든다"면서도 "검찰이 제출한 간접사실만으로는 이들의 혐의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환거래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여러 증거를 살펴본 결과 유죄가 인정된다"며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무등록 환전소를 운영한 점 등 죄질이 무겁다. 하지만 피고인들이 동종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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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에 활용한 가짜 검찰 신분증./사진=뉴스1(부산경찰청 제공)



검찰에 따르면 A씨가 속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김민수' 검사를 사칭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부산경찰청은 이달 초 중국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검찰과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100억원을 가로챈 해당 범죄단체 조직원 93명을 강제소환해 입건하고, 이들 중 26명을 구속했다.

이 조직의 범행으로 지난 1월 순창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C씨(20대·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C씨는 '당신 계좌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있으니 통장을 비워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조작된 검찰 출입증과 명함에 속은 C씨는 400만원을 사기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C씨의 아버지는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직장과 학교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보이스피싱 가담자에게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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