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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미국팬도 부러워한 NC의 집행검, 택진이형이 직접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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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집행검 세리머니는 미국 야구팬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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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게 뭐야?”

“LA 다저스는 월드시리즈를 우승하고 코로나 걸린 선수가 마스크 없이 팀 동료와 함께 기뻐했다. NC 다이노스는 한국시리즈를 우승했고 거대한 검이 있었다. 왜 한국 야구가 모든 면에서 MLB보다 훨씬 더 나은가?”

NC 다이노스가 24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그라운드에서 선보인 ‘집행검 세리머니’가 미국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후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직접 천을 벗겨 실물을 공개했다. 시리즈 MVP(최우수선수)로 뽑힌 포수 양의지가 검을 뽑아든 뒤 하늘로 검을 치켜들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환호했다.

이 모형검은 모기업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의 최고 아이템 ‘진명황의 집행검’(이하 집행검)을 본떠 만든 것이다. 길이 155cm에 화려한 장식까지 게임 속 집행검 아이템을 빼닮았다. 집행검은 얻는 방법이 어려운 데다 압도적 성능을 지니고 있어 강화 정도에 따라 가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달하며 유명해진 아이템이다. 집을 팔아야 살 수 있다며 ‘집판검’이란 별명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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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의 대표 아이템 '진명황의 집행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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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검 세리머니 아이디어는 선수단이 직접 냈다. 양의지는 “리니지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예전부터 선수들끼리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박민우가 ‘NC 하면 게임’이라며 아이디어를 냈는데,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흔쾌히 받아주셔서 잘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린의지’란 별명이 있는 양의지는 실제로 리니지 유저이기도 하다. 게임 유저 사이에선 “양의지가 현실에서 집행검을 뽑아든 유일한 자”란 말도 나왔다. 양의지는 2019시즌 종료 후 감사 행사에서 “리니지 레벨이 88”이라고 밝혔다. 그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을 당시 두산 오재원이 “양의지는 리니지에 중독된 수준이다. NC로 이적하면 리니지 아이템을 계약 조건에 넣을 것”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매체 MLB닷컴은 “모기업 엔씨소프트가 우승을 차지한 구단에 모형검을 선물했다. 선수들은 마치 비디오게임에서 마지막 상대를 물리치고 검을 빼앗은 것 같았다”고 했다.

미국 매체에선 이 집행검 모형을 정식 트로피로 오인하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트위터에 김택진 대표가 검을 공개하는 장면을 올리며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트로피?! 우리는 KBO 리그 한국시리즈의 트로피가 말 그대로 검이라는 사실에 대해 충분히 주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미국 야구팬들도 트위터에서 “트로피가 검이라니”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트로피” “지금까지 KBO에서 본 것 중 가장 KBO스럽다” “이게 대체 뭔 상황인지 알고 싶다” 등 반응을 남기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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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2M 광고에 등장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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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형검에는 엔씨소프트의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 내내 ‘리니지2M’ TV 광고가 송출됐다. 대장장이들이 ‘따이’라는 추임새를 계속 넣으며 검을 만드는 장면만 나오는 광고다. 대장장이 중 노란색 머리에 엄지손가락을 드는 대장장이가 김택진 대표다. 다른 대장장이로 분장한 이들은 리니지2M을 개발한 직원들이다. 당시 게임 유저들과 야구팬들은 광고를 수십번 시청하면서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NC가 24일 두산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팬들은 광고의 뜻을 알아차렸다. 김 대표가 NC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앞두고 팀을 위해 집행검을 손수 제작하고 있다는 스토리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집행검을 직접 공개한 뒤 한 발짝 떨어져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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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검 모형을 들고 환호하는 NC 선수들. /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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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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