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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中 경제협력 선물에도 日 '속도조절'...시진핑 방일 '침묵' [도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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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이, 일본 1박2일 방문
중일, 관계 개선 반 발짝 나아갔으나
시진핑 주석 국빈방일 등 거론 안돼
日 매체 "中이 경제협력으로 추파 던져"
日,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까지는 신중 기할 듯


파이낸셜뉴스

지난 24일 중일 외교장관 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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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조은효 특파원】 미국 정권 교체기를 틈 탄 중국의 적극적 관계 개선 제스처에 일본이 한 발 뒤로 빼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경제분야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미국 바이든 정권 출범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속도조절'을 앞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방일은 논의 안돼
스가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지난 24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겸 외교부장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간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일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25일 NHK등이 보도했다. 지난해 아베 정권 당시 시주석의 국빈 방일 초청에 적극 나섰던 일본이 이제는 먼저 없던 일로 했으면 하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은 "시주석의 방일을 둘러싼 일본의 모호한 태도로 중국의 초조함이 더해 가고있다"고 전했다.

대중국 외교의 우위를 점할 기회라는 인식도 엿보인다. 모테기 외무상은 전날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을 향해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공헌할 필요가 있다"며 일침을 놨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할 말은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양측은 양국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적지않게 각을 세웠다.

당초 중국은 이번 왕이 부장의 방일에 맞춰, 일본에 경제협력이라는 선물보따리를 들려보낼 요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일 양국 경제 각료들이 참석하는 고위급 경제대화 개최를 일본 측에 타진했다고 한다. 일본 측이 난색을 보이면서 일단 행사 개최는 내년으로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왕이 외교 부장의 방일에 대해 "중국이 경제협력으로 일본에 추파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뉴스

24일 중일 외교장관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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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진핑 주석의 깜짝 발언도 있었다. 시주석은 지난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공개적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배신'으로 반쪽짜리가 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중국이 적극 참여해 주겠다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중국의 과감한 동진이 일견 반가우면서도 적지않게 당황한 모습이다. 일본의 일부 전문가들은 시주석의 TPP가입 발언을 놓고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日, 관계 개선하겠지만, 지금은 '속도조절'
하지만 일본 역시 중·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 만은 없다는 인식만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일본의 제1의 교역상대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중 무역전쟁에 보조를 맞춰, 화웨이 퇴출 연대 등에 가담했지만,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일본 경제의 핵심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것이나,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인도·태평양 구상'의 명칭에서 '구상'을 떼어버린 것 역시 중·일 관계 개선을 향한 손짓으로 비친다.

이달부터 중·일간에 비즈니스 목적의 장기,단기 왕래를 재개하기로 한 것도 관계 개선을 향해 반 발짝 앞으로 나아간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 정부가 과감한 액션을 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기조, 미·일 관계 등이 선명진 후에야 중국을 향해 보폭을 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오전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만난 데 이어 오후 스가 총리를 예방했다. 이어 다음 방문지인 서울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과 두루 접촉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 예방도 예상된다.

#왕이 #모테기 #중일관계 #중일외교장관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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